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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역사의 축을 바꾼 대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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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역사의 축을 바꾼 대사건들

입력
200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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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바디스, 역사는 어디로 가는가/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엮음ㆍ정초일 옮김/푸른숲발행ㆍ2만 3,000원“도미네, 쿠오 바디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뒤 도망치던 베드로는 로마를 빠져나가는 아피아 가도에서 갑자기 나타난 예수에게 그렇게 묻는다.

“네가 나의 백성을 떠나므로 내가 한 번 더 십자가에 못박혀 죽기 위해 로마로 간다.”

이 말에 베드로는 로마로 돌아가 순교한다.

어디로 가느냐는 이 질문은 베드로의 운명을 바꿔버렸다. 예수의 열 두 제자 중에도 겁이 많았던 베드로와 달리, 스스로 운명의 주인임을 자부하는 강한 인간이라도 삶의 교차점에 이르면 ‘쿠오 바디스?’라고 묻게 된다. 그리고, 이후의 삶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역사에도 그런 지점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나폴레옹의 몰락을 가져온 워털루 전투(1815), 1차 세계대전을 부른 사라예보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1914), 16세기 바다의 패권을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이동시킨 스페인 무적함대의 궤멸(1588)등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버린 결정적 사건들이다.

‘쿠오 바디스, 역사는 어디로 가는가 1’은 서양 역사의 그런 극적인 순간 가운데 역사가 된 전투, 전설이 된 죽음, 신화가 된 재앙을 다룬 교양물이다.

독일 제2텔레비전 방송 ZDF가 97년 방영한 연속 다큐멘터리 ‘쿠오바디스’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5월에 출간될 제 2권은 배신과 스캔들, 재판을 다룬다.

독일 방송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가 엮은 이 책은 언론인 작가 학자 등 여러사람이 쓴 9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워털루 전투, 스페인 무적함대의 침몰, 중세 기사 계급의 종말을 가져온 크레시 전투, 로마 공화정의 종언을 가리키는 카이사르의 암살, 사라예보의 암살, 14세기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페스트의 창궐, 환락의 고대 도시 폼페이를 사라지게 만든 베수비오화산의 폭발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생생함이다. 바로 그 순간, 그 현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폼페이 최후의 날 벌어진 아비규환, 워털루에서 뇌성벽력을 뚫고 퇴각하는 나폴레옹의 일그러진 표정, 운명의 날 사라예보 시내에 맴돌던 불온한 공기, 영국과의 일대 결전을 앞두고 영국 해협에 결집한 스페인 무적함대의 위용, 너무 무거운 갑옷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고 죽어간 크레시 전투 철갑기사들의 고통 등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다.

여기에 곁들여진 많은 사진과 그림, 지도는 독자의 상상력에 박차를 가한다.

필자에 따라 색다른 서술 방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제 5장은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나오는 헤로데 왕의 베들레헴 유아 대학살 사건을 헤로데 왕에 대한 가상 재판 형식으로 추적한다.

제 4장 ‘카이사르의 암살’은 로마 시대를 다룬 영화를 많이 제작하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스튜디오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솜씨 좋은 필자들의 안내에 따라 역사의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간 독자들은 거기서 인간의 의지와 투쟁, 어리석음이라든지 운명의 교차점 좌표를 구성하는 우연과 필연의 결합을 목격하게 된다.

삶의 갈림길에 서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이런 상황들을 새삼 확인하면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역사는 어디로 가는가’ 라고. 그 질문은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 불확실한 미래를 가늠하려는 시도이자 역사의 주인으로서 인간의 무게를 재어보고 다짐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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