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회 총무를 맡고 있는 홍모(48)씨는 최근 H증권 담당 직원으로부터2년만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1999년 11월2일 가입한 바이코리아 르네상스 수익증권이 최근 주가 상승으로 2년여만에 원금을 회복했다는 것.당시 ‘은행보다는 낫겠지’하는 생각으로 동창회 공금을 수익증권에 넣었던 홍씨는 주가 폭락으로 원금 1,400만원이 7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나자 환매를 못한 채 2년동안 남 모를 속앓이만 해 왔다.홍씨는 그러나 다시 고민에 빠졌다. 원금을 회복한 만큼 하루빨리 찾아야 할 지,주식 시장이 오른다고 하니 놔둬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 홍씨 같은 처지의 투자자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2년여만에 원금 회복한 펀드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가까이 상승함에 따라 지수 700~900포인트 사이에설정된 수익증권 및 펀드들 가운데 2년여만에 비로소 원금을 회복한 펀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1일 펀드평가 기관인 제로인에 따르면 99년과2000년에 설정된 성장형 펀드 중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는 펀드 589개 중 이날 현재 누적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모두 229개에 달한다. 이는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 그동안 ‘원금만 회복하면 여한이 없겠다’며 절치부심하던투자자들은 긴 터널의 끝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고 있다.
그러나 섣불리 환매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지금까지 참은 것을 생각하면대세 상승 기대감이 큰 만큼 은행이자 정도의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려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랫동안자금을 전혀 움직이지 못한 채 묶여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환매하는 것이 바람직한 재테크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주가가 더 오를 수도 있지만 주가가 오르면 원금을 회복하는 펀드들이 더 늘어날 것이고 이 경우 환매 압력도 비례해 커질수 밖에 없어 자칫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가입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원금을 회복한 펀드는 환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관계자도 “사실 원금이라도회복한 펀드라면 매우 운용을 잘 한 펀드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지수가 800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800선 이상에서 설정된 펀드가 원금을 회복했다는 것은 주식운용 비율이 크거나 우량주 중심의 보수적 운용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99년과2000년초 설정된 대부분의 펀드가 아직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원금을 회복한 ‘훌륭한펀드’는 환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한자금 아니면 기다려 볼수도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급한 자금이 아니라면 좀 더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이미대형 우량주의 가격 부담이 큰 지금 환매를 해 다른 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기존 펀드를 유지하는 것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수가높아질수록 환매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사실 2년여동안 찾지 않은 자금이 어느 정도 될 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불가능한 만큼 크게 우려할만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심리적으로 본전을회복한 만큼 팔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라며 “다만 급하지 않은 자금이라면 아직 꼭지의 신호는 없다는 점에서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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