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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경영권승계 BW악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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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경영권승계 BW악용 논란

입력
200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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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제당그룹 이재현(李在賢ㆍ42) 부회장이 CJ엔터테인먼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에 인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이에 따라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에 이어 변칙증여 등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BW가 악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00년 3월 BW 90억원어치를 발행하면서 그룹 오너인 이 부회장에게 76억원 어치를 배정했다.

당시 신주의 행사가격은 액면가(1,000원)에 발행돼 이 부회장이 BW를 지금 행사한다면 평가액은 21일 현재 23배가 넘는 1,767억원에 달한다. 또 지분율은 50%를 넘어 제일제당의 46%(569만주)를 제치고 최대주주가 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7월 보유 BW중 16억원 어치를 팔아 현재 60억원어치를 가지고 있다.

CJ측은 이 부회장의 BW 인수 당시 회사는 컨설팅업체(아이엠엠컨설팅그룹)에 불과했고, 적자 상태여서 액면가 발행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엠엠컨설팅은 BW 발행과 동시에 사업목적에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를 추가한 뒤, 4월에는 모기업 제일제당의 현물출자를 받았다. 증권가는 “만약 순서를 바꿔 제일제당의 현물출자가 이뤄진 뒤 BW를 발행했다면 가격은 액면가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벤처거품의 절정기인 2000년 3월께 성장성이 높은 벤처기업들은 액면가의 수십배 가격에 외부 펀딩을 받았다.

특히 이 부회장이 그룹지원 아래 아이엠엠컨설팅을 변신시키는 계획을 주도할 위치에 있었던 만큼 BW인수 저가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일제당은 이 부회장보다 1개월 늦게 CJ에 액면가 5배 가격으로 57억원을 투자했다. CJ로선 BW 저가발행으로 360억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금융감독원과 코스닥위원회는 CJ엔터테인먼트의 코스닥 등록심사 때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으나 현행법상 문제삼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코스닥위원회측은 “대주주가 회사의 향후 계획을 알아내 BW를 싸게 인수했다면 내부자거래에 해당되지만, BW가 보호예수돼 있어 당장 시세차익을 냈다고 볼 수 없고 규제조항도 없다”고 말했다. CJ측과 주간사인 굿모닝증권은 BW발행 사실을 기업공개 전 충분히 공개한 만큼 투자자들의 불익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달 5일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CJ는 영화 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회사로 성장해, 한때 주가 3만원을 기록했으며, 21일에는 상한가인 2만3,250원에 마감했다.

■BW란?

발행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권리가 부여된사채를 말한다. 인수자는 주가가 약정된 매입가격을 웃돌면 회사에서 신주를 받아 팔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인수가격보다 낮으면 이를 포기하고,채권의 고정금리만 확보할 수도 있다. BW는 보통 회사의 경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나 재벌들의 경영권확보나 승계에 악용되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의 경우 1999년 삼성SDS의 BW를 시가보다낮은 가격에 인수해 참여연대 등이 회사 경영진을 배임죄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지난해 7월 서울고법은 삼성SDS와 재용씨간의 거래를 부당지원으로 간주해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가 잘못됐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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