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으로 3조5,000억원의 혈세(공적자금)를 삼킨 최순영(崔淳永)전 대한생명 회장이 최근 청와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정부의 대생 처리를 강력 비난하고 자신의 구명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외화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실형까지 선고 받은 대표적 부실기업주가 이처럼 구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책임 회피를 넘어서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21일 청와대와 금감위 등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2월14일자로 작성된 석장 분량의 ‘호소의 말씀’이라는 편지에서 “대생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주식을 모두 소각한 것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간끼리 빚이 많은 회사를 사고 팔 때도 영업권이나 창업공로를 인정하는 것이 관행인데 정부가 배려 없이 대주주 구속상태에서 사유재산을 몰수한 것은 경제적인 형평 원칙에 위배된다”며 대생 처리 과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대법원에서 대생 감자(減資)조치 위법 여부를 심리 중인만큼 소송이 끝날 때까지 3자 매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 대한생명 경영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은 채 ‘탈환’을 노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최 전회장은 지난달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 추징금 2,192억원을 선고받았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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