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가 아닌 느낌표의 예술/박성봉지음/일빛 발행/1만 3,000원베토벤과 쇤베르크는 예술이고 H.O.T나 핑클은 예술이 아니다? 제임스 조이스는 예술이고 김홍신은 아니다? 조수미는 예술이고 조용필은 아니다?
이런 의식은 예술 동네의 거주 자격을 판가름하는 어떤 잣대가 있음을 암시한다. 거기엔 ‘진짜’ 예술은 품위있고 고상한데, 사이비 예술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순수예술 진영의 극단주의자들은 이런 기준에 따라 대중예술은 예술 동네 변두리로 몰아내곤 한다.
그런가 하면 대중예술 진영은 이런 대접이 부당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어쩐지 밀리는 것 같은 열등감을 애써 감추곤 한다.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의 예술’은 이처럼 차별적이고 이중적인 문화 의식을 강타하는 통쾌한 일격이다.
지은이 박성봉(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은 대중예술의 열린 가능성을 적극 옹호하고 대중예술의 미학을 체계적으로 진지하게 분석한다.
상투성, 통속성, 만만함 등 그동안 부정적으로 파악되어온 대중예술의 특징을 열린 가능성을 지닌 힘으로 재해석한다.
음악ㆍ영화ㆍ문학ㆍTVㆍ만화 등 여러 영역에서 구체적 사례를 들어 신선한 시각으로 접근한다. 그리하여 대중문화와 예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뜨리는 데 앞장선다.
그에 따르면 “대중예술은 뽕 기운의 예술”이다. ‘뽕 기운’은 대중예술의 문화적으로 저급하고 통속적인 기운을 가리켜 지은이가 만들어낸 표현이다.
“대중예술의 뽕 기운은 문화적으로 좀 남사스럽다는 의미에서 방귀 뽀옹의 기운이면서 동시에 우리를 매혹시킨다는 의미에서 우리를 뾰옹 가게 하는 기운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대중예술은 뽀옹과 뾰옹이라는 두 모순된 기운의 충돌과 그 충돌에 대한 가치 판단의 영역이다… 대중예술이란 용어는 뽕의 기운을 갑옷처럼 두르고 예술이라는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돈키호테와도 같다.”
여기서 충분히 짐작되겠지만, 지은이의 글쓰기는 매우 솔직하고 즐겁다. 말장난처럼 보이는 대목도 많지만 그렇다고 경박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촌철살인의 재치와 유머를 드러내는 지은이 특유의 방식으로 보인다. 실제 저자는 요즘대학가의 최고 인기 강사라고 한다.
독자들은 대중예술에도 아름다움과 감동이 있다, 대중예술이여 주눅들지 말라는 격려성 메시지를 읽는다.
지은이는 편식을 꾸짖을 수는 있지만 입맛까지 강요할 수는 없듯이, 예술체험은 선택일 뿐 강요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예술무제한주의’를 외친다.
“뽕과 품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왔다갔다 할 때, 대중예술에서 대중이라는 글자가 떨어져 나갈 것이다. 지금이 과도기라서 그렇지, 크로스오버가 새로운 것은 아니고 원래 문화는 퓨전이다”라고 강조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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