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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도시] (7)미국인 드 프레머리의 대전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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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도시] (7)미국인 드 프레머리의 대전 탐방

입력
200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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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신원사 가는 길.집집마다 붉고 흰 깃발을 내 걸고 있었다.골목 어귀에는 'XX굿당'이라고 씌어진 팻말들이 늘어서 있었다.굿당은 무당이 점을 보고 굿을 하는 곳이다.고즈넉한 산길에는 알 수 없는 신비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신원사 아래 굿당 경내에서는 산신단,천존단,용궁단,서낭단이 있다.산신,하늘,바다,조상에게 기도를 드린다는 제단 앞에 신도들이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지리산 일대와 강원도 등지를 떠돈다는 50대의 무당 아주머니가 점을 봐주었다.내 얼굴을 살피더니 대뜸 공부로 대성할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생년월일을 물었다.부모님이 어디 아프시지 않느냐고 묻더니(나의 아버지는 무릎이 좋지 않으시다),집 근처에 물의 흐름이 가로 막혀 있어 액운이 따르므로 굿을 해야한다고 했다.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리 집 앞 계곡에 최근에 댐이 생겼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신기했다.미국에도 타로카드점이나 별자리점을 보는 점집(astrologer's)들이 있지만 이렇게 신비한 분위기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대전에서 봤던 어느 관광 안내책자에서도 계룡산 신원산 일대에 대한 소개글을 보지 못했다.간혹 계룡산에 대한 소개 글에서는 갑사와 동학사 설명이 있었다.중국이나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찰보다는 64개의 굿당이 밀집해 있다는 이 신원사 일대가 더 훌륭한 관광 상품인것 같다.버스를 타고 찾아오려면 대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공주로 간 뒤,다시 신원사행 버스를 타야 한다.음력3일과 7일,15·16일과 같이 굿을 많이 지내는 날을 알리고 이 기간에 셔틀버스를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공주시청과 충남도청은 4월(음력3월)산신제를 개최한다고 한다.월드컵이 개최되는 6월에 이 같은 문화제를 꾸며도 관광객의 눈을 끌 수 있을 것 같다.

유성의 밤은 휘황했다.30만평 이 일대는 대전에서 가장 만은 숙박업소가 밀집한 곳이다.대부분 여관에 온천이 딸려 있다고 하니 월드컵 개최도시의 숙박지 중 가장 매력적인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최근 미국에도 물을 이용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스파(SPA)가 인기다.호텔뿐 아니라 도심의 헬스 클럽에도 이 시설이 있다.한 시간 마사지를 받는데 60~70달러가 들고 헬스클럽 회원권은 1년에 1,000달러 정도다.1만원 내외 가격에 사우나와 마사지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묵었던 호텔에도 피부병이나 성인병 환자에게 좋다는 알칼리성 라듐 온천이 있었다.30분간 목욕을 하고 났더니 피로가 싹 풀렸다.시는 지난 9월 '아로마테라피 체험','전문의와 함께 하는 온천 클리닉'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유성 건강페스티벌을 개최했다는데 미국인들이 온천이 건강과 미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올 해에는 6월로 앞당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하지만 온천 내부에서는 샤워를 한 뒤에 탕에 들어가거나 사우나를 해야 한다는 등 목욕절차에 대한 영문 안내가 없었다.유성 일대 유흥가에 룸살롱이 잔뜩 들어서 있어 가볍게 맥주를 마실만한 호프집이나 바를 찾기 힘들었다.한국의 독특한 룸살롱 문화를 미국인들이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전은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도시라 그런지 특별한 유적이 없어 아쉬웠다.시는 70여 개의 국책연구소와 1만6,000명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는 '첨단 과학도시'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하지만 대전 엑스포장은 행사가 열렸던 1993년 이후 방치돼 있었다.영문 팸플릿과 영어로 안내할 수 있는 도우미도 없었다.중앙과학관엔 대동여지도,물시계,거북선,에밀레 종 등 한국의 뛰어나 과학성을 역사와 함께 곁들여 설명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많았지만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토요일이어서 대덕 밸리 시티투어를 할 수가 없었다.시티투어도 원자력연구소,한국 전자통신연구원,에너지기술연구원 등 핵심 연구소를 엮어 월드컵용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5일 수원,10일 대구,14일 대전에서 경기가 잇다.이들도시가 모두 관광도시가 아닌 만큼 미국인 관광객들은 수원경기를 전후해서는 서울을,대구경기를 전후해서는 경주를 관광할 것 같다.대전의 경우 계룡산 굿당과 대덕밸리 등 첨단에서 무속을 아우르는 관광상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었다.다른 도시와 달리 대규모의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는 유성 온천 일대도 인근 지역의 관광객까지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웨인 드 프레머리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2000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현재 서울대 국제지역원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다.

■간판에 영문표기 병행 시급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중 하나는 무질서하에 배치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는 간판들이다.하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올바른 정보제공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외국인들에게 가장 불편한 점은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판매하는 점포나 서비스업소들이 무엇을 판매하는 곳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웨인 드 프레머리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빵을 먹고 싶었지만 도대체 어디서 빵을 파는지 알수 없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하룻밤을 묶었던 유성 인근의 상가에서도 영문 간판을 발견하기 힘들었다.빵집이나 슈퍼마켓,찻집등의 경우에는 베이커리(bakery),마트(mart),카페(cafe)등이 영문으로 씌어 있어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약국이나 미용실이나 구둣방에는 영문표기는 커녕 안내판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인근 모텔에는 온천표시가 되어 있어 혼동을 가져왔다.드 프레머리씨의 또 다른 불만 중 하나는 음식점의 경우에도 "무엇을 판매하는 곳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제주도와 서울남대문,동대문 상가 일대에서는 지난 해부터 업소별 대표 음식 2~3개의 사진과 한국어,영·일·중어가 병기된 음식점 메뉴 옥외 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대전=박은형기자

■"트윈베드 없나요"

미국인들은 동성간 접촉을 싫어한다.부부가 아닌 한 더블 베드를 사용할 수 없다.이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특히 남유럽과느 달리 북유럽과 동유럽에는 부부간에도 더블 베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그런데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호텔을 제외한 모텔이나 장급의 여관에는 거의 트윈베드가 마련돼 있지 않다.이들이 대부분 러브 호텔로 운영되는 까닭이다.

대전의 월드컵 지정 여관·모텔급 숙박업소는 모두 393곳,지정 호텔은 15개로 1경기 기준으로 수요가 1만1,300실인데 현재 2만4,320실이 준비돼 있다.하지만 여관은 커녕 호텔에도 트윈 베드 시설이 되어 있느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더구나 대전에서는 한국-폴란드전도 열리는데 폴란드인들은 부부간에도 트윈 베드를 쓴다.

김용관 월드컵추진본부장은 "이들 숙박업소의 객실 절반이 더블 베드가 갖추어진 침실이고 절반은 온돌방인데 월드컵기간까지 온돌방에 트윈베드를 설치하기 위해 대전시 숙박업협의회와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석달밖에 남지않은 기간 동안 이 같은 침실의 확충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웨인 드 프레머리씨는 "만일 부부나 연인 사이라면 더블 베들르 사용할수도 있겠지만 친구들,특히 남자 친구들간이라면 1인용 침대를 사용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두개의 방을 구할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를 감안해 여분의 시트를 마련케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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