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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대학 기부금 입학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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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대학 기부금 입학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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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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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대학 기부금 입학제도를 단계적으로 허용할 것을 제안한데 이어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를 반대하면서, 기부금 입학제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을 비롯, 그동안 꾸준히 기부금 입학제 도입을 요구해온 사립학교재단들은 “대학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튼튼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며, 이를 위해 기부금 입학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입학을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다’는 국민정서가 이를 용납치 않으며 명문대와 비인기대학간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 찬성/ 박명석 단국대 인문학부 교수

미국의 시사 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매년 미국내 우수대학 순위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그 선별 기준으로 학교 재원과 기부금을 학문적 수준에 대한 평판 다음으로 삼고 있다.

21세기 지식ㆍ정보화 시대에있어서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대학의 학구적 경쟁력 확보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학에서는 재단 수익금, 등록금, 정부지원금, 기부금 입학제로 들어온 자금 등을 통해 학교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등록금은 완전히 자율화해 명문 사립대의 경우 연간수만 달러에 달한다. 기부금 혜택 등 많은 재정적 축복을 받고 있는 미국 대학들은 그것도 모자라 기부금 입학제를 통해 대학 재원의 많은 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타 선진국들에서 대동소이하다.

기부금 입학제라고 하여 입학할 때 거액을 불쑥 내놓는 것은 아니며,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대학 부설 유치원이나 중ㆍ고등학교에 보내면서 여러 측면에서 학교 재단에 기여를 한다.

시설물, 첨단 기자재등을 마련하는데 수시로 협조하면서 기여도가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것이다. 여기에 입학후 학생의 수학 능력이 고려됨은 물론이다.

기부금 입학제로 모아진 재정은 학생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도록 운영된다. 특히 경제형편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미국의 기부금입학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창조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을 양산하는데 공헌했다.

그래서 가난하지만 머리 좋은 세계의 두뇌들이 미국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따돌리고 미국이 선두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추종을 불허하는 대학의 경쟁력 때문이었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식ㆍ정보화 분야의 창의적 교육이 필요불가결하며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사학재단들은 열악한 재정으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기여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사회 풍토에서 사학들이 기업이나 독지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학부모와 학생들이 한국적 획일화에 익숙해져 대학 등록금 자율화를 실시한다해도 쉽사리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사립대들이 재원을 마련할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은 선진국처럼 정부가 연간 대학예산의 20% 이상을 대폭지원하든지, 그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기여금 입학제를 활용토록 각 대학에 일임하는 것이다.

기부금 입학제 도입을 위해 간과해서는 안될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 일반 학생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기여금 입학생을 정원외로 하여 그 수를 제한해야 하며, 수학능력을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인 자만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학교 내외의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립해 공정하게 시행하고 재원을 철저하게 관리, 많은 학생들에게 고루 혜택을 줄 수있도록 운영된다면 기부금 입학제에 대한 불신도 사라질 것이다.

■ 반대/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개발연구원이 ‘2011 비전과 과제’를 통해 ‘사립대학의 재원확충 수단으로 기부금입학제도를허용할 것’을 제안하면서 기부금입학제 논쟁이 가열되고있다.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정하여’라는 단서와 ‘대입제도 개선’과 ‘회계정보 공개’를 선결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학생 선발기준으로 부모의 능력척도인 ‘기부금’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부금입학제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중반, 교육개혁심의회가 기여입학제를 검토한 이래 사립대학 재정문제를 다룰 때마다 기여입학제 논쟁이 있어왔다.

이번에는 보다 직설적으로 ‘기부금’ 입학제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기부금 입학제든, 기여 입학제든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국민들의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며, 배금주의적 가치관을 확산시키고, 계층간 위화감을 심화시킴과 동시에 사회계층의 재생산을 조장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기부금입학제는 논리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 제도이다. 대학입학제도는 대학교육 적격자를 선발하는 장치이지, 부모의 재력을 측정하거나 사립대학의 재원을 확충하는 장치가 아니다.

사립대학 재원확충을 이유로 기부금입학제가 가능하다면 지금까지 불법으로 인식되어온 교수 기부금임용제도도 금지할 명분이 없어진다.

기부금을 받거나, 봉급을 절반만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수를 임용하면 사립대학 재정문제와 교수 부족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부금입학제는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제도이다. 기부금입학제는 사회봉사자나 소외지역 및 계층의 자녀 등에게 입학의 특례를 허용하는 것과 성격이 다르다.

이러한 특례입학제는 부모의 거주지나 계층, 사회봉사 등으로 인하여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입은 자녀의 교육적 피해를 사회가 보상해주는 의미가 있으나, 기부금입학제는 이미 부모로부터 다양한 교육적 혜택을 받은 사람에게 학력이라는 또 하나의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이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기부금입학제는 현실적으로 정착시키기 어려운 제도이다. 대학입학여부가 인생의 상당부분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만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투명한 회계 운영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겠지만 기부금 목표액에 미달할 경우 점점 기준을 완화하게 될 것이며, 입학 안정권의 기부금 액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학교법인과 수요자 사이에 전문 브로커를 매개로 뒷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1960년대까지 성행하였던 대학 청강생제도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기부금입학제 허용으로 얻을 수 있는 몇 푼의 재원확충 효과 때문에, 대학입학만은 돈으로 직접 살 수 없다는 신화를 포기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재고해볼 일이다.

■사학재정 확충지원 제기 10여년 논란

대학발전에 기여한 인물의 자녀를 입학 시 우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여입학제는 1980년대 중반 사학재정 확충 차원에서 제기되면서 논란을 거듭했다.

91년 두 차례에 걸쳐 공청회가 열리고 교육부가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92년 일부 사립대의 입시부정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사립학교들이 그동안 물밑으로 기여입학제를 꾸준히 요구해온 상황에서 연세대가 지난해 기여우대입학제 도입계획을 밝혀 논란의 새로운 불씨가 됐다.

기부금 실적을 향후 기여입학제가 허용될 때 반영하겠다는 것. 이 덕분에 연세대는 지난해 408억원의 기부금을 모집, 전년 220억원의 배 가까이 늘었다.

기여입학제는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34조 ‘학생선발전형은 사회 통념적 가치기준에 적합한 합리적인 입학전형의 기준 및 방법에 따라 공정한 경쟁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금지된 상태이다.

그러나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헌법학자의 75%가 기여입학제가 헌법에 합치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기여입학제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논리의 사학 재단의 재정문제. 재단 수익금이 미비한 우리나라 사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은 80%가 넘는데 비해 선진국들은 평균 4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의존도가 높은 등록금 마저도 자율화하지 못해 재정상황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지원금은 선진국들이 학교 예산의 10∼20% 정도를 받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은 3% 수준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먼저 대학 재정의 투명성 확보가 선행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재정의 예 결산, 감사 과정이 불투명해 사학재단 비리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여입학제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립학교법이 먼저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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