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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학교는 지금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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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학교는 지금 공사중

입력
200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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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학년도 새학기 개학을 1주일여 앞둔 지난 20일 오전 경기 용인시 구성면의 A초등학교 강당. 이날 열린 졸업식에 참석한 이 학교 졸업생 100여명은 대부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새학기에도 초등학교 때 수업했던 같은 동 6층(초교때는 4층에서 수업)의 교실 4개짜리 ‘임시 중학교’로 등교해야 하는 웃지 못할 현실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이 초등학교 바로 옆에서는 30학급 규모의 ‘진짜 중학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지만 이들이 옮겨갈 학교건물은 오는 7월에야 완공된다. 올 1학기는 초등학교에서 더부살이를 해야할 판이다.

건물 조차 없는 학교에 배정받으면서 자신들이 졸업한 학교에서그동안 지내온 후배들과 함께 같은 실험실과 운동장을 써야하는 ‘초등학교 7학년’이 될 처지에 놓여있다.

“창피해 죽겠어요. 최고 상급생이 될줄 알았던 5학년 동생들이 제일 싫어해요. 시설이 모자라 강당도 못쓰고 그동안 먹던 급식도 안돼 이젠 도시락을 들고 다녀야 한대요.” 한모(13)양은 축하 꽃다발을 들고도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학부모 이헌덕(李憲德ㆍ45)씨는 “아이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 현실을 보고 도대체 뭘 배우겠느냐”고 분통을 떠뜨렸다.

■ 고교가 가장 심각

올1학기부터 2003년까지 초ㆍ중ㆍ고학급 인원수를 35명으로 줄이는 ‘학급슬림화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아파트 신축 등에 맞춰 각급 학교가 급조되면서 기현상과 교육파행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부랴부랴 교실을 늘리고 학교를 새로 짓느라 학생들은 공사장의 굉음과 교실 부족에 시달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교실없는 학교’까지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 가장 급한 곳은 당장 올해부터 학급당 35명을 맞춰야 하는 고등학교.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의 B고교에선 운동장의 절반 가량을 가르고 있는 공사장 칸막이 너머로 ‘반토막’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농구, 축구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도 지난해 9월 학급당인원을 35명으로 줄이라는 교육여건 개선지침이 느닷없이 하달됐다. 학교측은 임시방편으로 도서실, 전산실, 미술실 등을 교실로 바꿔 새학기를 맞을 예정. 이에 따라 ‘정보화 특성고’란 야심찬 중장기 계획에 맞춰 공사중인 ‘정보화센터’ 에 도서실과 미술실 등이 들어서 이 건물은 ‘무늬만 정보화센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나마 이 건물은 4월께나 완공예정이어서 학생들의 특기 및 예능수업은 두달 여 파행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고3이 되는 서은호(徐恩浩ㆍ18)군은 “도서관으로 쓰던 뒷편 건물 5층을 겨우내 교실로 개축하면서 소음과 추위로 자율학습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며 “학급당 인원을 무리하게 줄이기 보다 월드컵 개최국에 걸맞게 넓은 운동장에 잔디라도 깔아줄 생각은 왜 안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한지붕 두학교 속출

경기 남양주시의 C초등학교 역시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빨라야 오는 5월 완공 예정인 이 초등학교의 전입생 400여명은 지난해 개교한 인근 D초등학교에 교실 12개를 빌려 더부살이 생활을 해야 한다.

이날 개교 준비를 위해 미리 발령받은 교장, 교감과 몇몇 교사들이 교대로 ‘남의 학교’에 나와 학생맞을 준비를 하고있었다. D초등교의 한 교사는 “같은 운동장에서 월요일마다 두번씩 조회를 해야 하는 해프닝을 겪게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다른 교사는 “5,0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단순 계산해 교육청에서 36개 학급 규모의 두초등학교를 세우고 있지만 대형 아파트의 주민 특성상 어린 학생들이 많지 않아 두 학교 모두 30학급 이상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며 교육당국의 실책을 꼬집기도 했다.

경기도에서만도 내달 개교예정인 초등 22개, 중학교 27개, 고교 9개 등 모두 58개교 가운데 6∼7개교는 이달말까지 공사 마무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 학교는 임시개교 후 길게는 3개월까지 인근 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거나 공사중인 건물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파주시 교하면 와동초등학교는 착공이 예정보다 9개월이나 늦어지는 바람에 오는 6월 이후에나 완공이 가능해 학생들의 고통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한 일선교사의 쓴소리

“학급당 35명이요? 안타까운 얘기지만‘콩나물 교실’은 벗어날 지 몰라도 교실로 가득찬 ‘콩나물 학교’는 그대로일 겁니다”.

서울 Y고의 L교사가 말하는 최근교육여건 개선사업에 대한 단상은 일방적인 교육 정책에 휘둘리는 일선 교사의 진심어린 충고가 담겨 있다.

“3,500평 남짓한 학교엔 현재 있는 36학급도 벅찹니다. 학급당 인원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학교 수를 늘려 학생들에게 여유있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지요.” 그는 “나름의 특성 없이 정규 교실에 특별실 몇 개만으로 이뤄진 천편일률적인 학교에 학생들을 모아두고 탈선을 나무라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소리높였다.

그는 정책당국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1학년을 제외하고 현재 40명 선인 2,3학년 학급에 대해선 학교 별 자율에 맡기는 게 낫습니다.

교실만 늘리다 보니 교사들의 공간이 부족해 시험기간 외엔 출입을 금하라는 성적처리실에도 교사들의 자리를 마련해야 할 형편입니다.”

각 학교의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도“갑자기 대량으로 공사를 발주하니 비수기인 겨울철에도 공사업체가 부족하다”고 설명하는 그는 “현재 학생 수 감소 추세를 보면 언젠가 지금 지은 시설들을 도로 뜯어내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고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얼마전 운동장의 70% 가량에 신축건물을 짓고 있는 강남 S고를 둘러보고 왔다는 그는 “2만5,000평이 넘는 인근 학교(서울고)를 놔두고 4,000평도 안되는 학교에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마지막 전언은 이 땅의 교육행정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한다. “‘예산을 준다는 데 왜 꺼리냐’는 교육청의 질책에 ‘무작정 운동장만 줄일 수 없다’고 항변하니 ‘언제 운동장 가지고 공부시켰나’는 대답이 돌아오더랍니다”.

/김용식기자

■'학급 슬림화' 졸속추진이 원인

"고교 학급당 35명 반년안에 맞춰라" 애초 불가능한 임무

새 학기 개학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신ㆍ증축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교육인적자원부가 ‘학급당 학생수 35명 이하로 감축하겠다’는 명분만 앞세운 나머지 밀어붙이기식으로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20일 ‘교육여건 추진계획’을 확정하면서 고교는 올해까지, 초ㆍ중학교는 2003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학급당 학생수가 6~15명 많은 우리의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 공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이 계획에 따라 2004년까지 12조4,722억원을 투입해 전국적으로 1,202개교를 새로짓고 1만6,264 학급을 늘리기로 했다. 특히 고교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전체 775곳의 97.4%인 755개교에서 모두 6,990 학급을 증축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학부모ㆍ학생과 교사들은 “과밀학급을 없애고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도 좋지만 1, 2년만에 전국의 학교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전형적인 탁생행정”이라고 꼬집는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로 잡았던 고교 학급 증설공사의 경우 2월말 현재 준공률은 52.5%로 추정되고 5월말에야 완료된다.

특히 3월 개교를 앞두고 신축공사가 끝나지 않아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고교는 부천의 덕산고 등 모두 15곳이나 된다. 교육부가 더디게 마련인 겨울공사와 학교부지용으로 쓸 사유지를 매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한 까닭이다.

더욱이 올해에도 전국의 학교에서 신ㆍ증축 공사가 무더기로 예정돼 있어 소음 발생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15개 신설고교는 인근 초ㆍ중학교의 자투리 교실을 활용,임시개교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신설학교의 경우 학부모의 불만을 사는 무리한 개교를 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현재 개교 1년전에 지급하던 신설 교부금을 개교 2년 전에 주기로 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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