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비참/피에르 부르디외 기획ㆍ김주영 옮김/동문선 발행ㆍ전3권 각권 2만6,000원*과학의 사회적 사용/피에르 부르디외 지음ㆍ조홍식 옮김/창작과비평사 발행ㆍ원6,000원
지난달 23일 72세로 사망한 프랑스의 세계적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저서두 권이 나란히 번역됐다.
‘세계의 비참’은 부르디외가 22명의 사회학자들과 3년여의 공동 작업끝에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리포트한 책이고, ‘과학의 사회적 사용’은 그가 학문과 실제 현실의 관계에 관한 자신의 사상을 비교적 알기 쉽게 전달하려 한 강연록이다.
1,500쪽이 넘는 방대한 책 ‘세계의 비참’에서 부르디외와 동료들은 프랑스의 노동자, 미국 흑인 게토 지역의 빈민, 경찰서장, 공장 노동자 부부, 여성 사회운동가, 걸인 부부, 실직한 전직 회사 중역, 파리의 고교생, 나이트클럽 종업원 등 91~93년 프랑스인들의 내면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가감 없이 실었다.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자들로 하여금 고통의 책임을 사회적 원인에서 찾을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게 해 주고, 또한 온갖 모습으로 나타나는 불행들의 출처, 즉 집단적으로 은폐되어 온 사회적 출처를 드러낸다”는 부르디외의 말에서 그의 작업의 의도를 알 수 있다.
부르디외는 정치인은 물론 정책담당자, 언론, 학계가 모두 세계의 비참함을 보여주고 그 해결책을 찾는데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사회학이 던지는 메시지의 사회적 효과가 아무리 회의적이라 하더라도” 자신은 히포크라테스 전통의 ‘사회적 의학’으로 그 해결책을 찾는 작업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과학의 사회적 사용’은 1997년 부르디외의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 초청강연을 담은 책이다.
그는 이 강연에서 예술ㆍ문학ㆍ종교ㆍ과학 등의 영역이 전적으로 자율적인 법칙을 갖고 있다거나, 혹은 전적으로 정치ㆍ경제적인 법칙들에 종속되어 있다는 극단적인 두 가지 입장을 지양하는 자신의 ‘장(場)’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의 정의하는 ‘장’이란개인적인 창작이나 연구와 전체 사회를 매개하는 일종의 중간세계로서 예술과 문학, 과학 등을 생산, 재생산하는 제도와 행위자의 집합이다.
그는 이개념을 통해 현실 사회와 아카데믹한 학문세계를 매개하는 실천적 지식인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정부 정책이 바뀔때마다 새로운 연구소나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지거나, 복제양 혹은 채식에 관한 이야기가 매스미디어를 점령할 때마다 사회 구성원들 누구나 그런 문제야말로 과학이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진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학문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조작’을 그는 경고한다.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 학문의 장과 언론의 장을 생각하는 인문사회학도는 물론 부르디외를 처음 접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그의 사상에 대한 입문서 역할을 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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