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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7집발표 '박학기'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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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7집발표 '박학기'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입력
2002.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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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기는 스스로 ‘독립군’이라 부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다는 음악적인 고집과 지난 13년 동안 매니저 없이 혼자서 움직여온 활동방식이다.그렇다고 혼자서 발에 불이 나게 뛰어다녔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음악을 만들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80만장 넘게 팔린 데뷔작 ‘향기로운 추억’ 이후로는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소수의 음악으로 남아 있었다.

최근 4년 만에 일곱번째 음반 ‘Reminisce’를 발표한 그는 한가지를 포기했다. 매니저를 두기로한 것.

“음악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진정한 뮤지션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로 하자 많은 것이 편해졌다. 오히려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새 음반을 만들면서 이전 발표곡들을 다시 불러 넣은 것도 비슷한 맥락. 신보는 세 곡을 제외하면 모두 이미 발표한 곡들이다.

박학기는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어디쯤에 리메이크의 포인트를 두었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되 이런저런 이유로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로 고쳤다.

원곡과 다른 느낌은 주로 후배들이 자청한 듀엣에서 나온다.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는 한동준, ‘가만이 내게’는 박승화, ‘그대 창가로 눈부신 아침’은 성시경, ‘이미 그댄’은 윤종신과 함께 불렀다.

‘날 사랑했다면’은 친형인 조규만의 음반에도 코러스를 해주지 않는다는 조규찬이 참여했다.

여리고 비음 섞인 그의 목소리에 유사한 색채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더해져 훨씬 풍성해졌다. 전자음을지우고 담백하게 어쿠스틱 사운드을 만들었다.

하지만 음반을 듣는 맛은 역시 새 노래가 더 크다. 첫 곡 ‘Yellow Fish’는 모던 록풍의 경쾌한 기타음이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곱상함, 온기와 눈물로 대표되던 그의 과거 작품을 생각하면 의외다. ‘베일 것 같은 예리한 몸매 강렬한 레드 선명한 옐로/ 너의 컬러 음~멋져 손을 내밀면 쉽게 잡힐 것 같아/ 한참 동안을 그렇게 헤매어봤지만 음~이제 숨막혀 오! 너는 노는 물이 달라/ 감히 나는 다가 설 수 없지 멀리서 바라만 보네 환상 속을 누비고 있는 옐로 피시’

“스노클링을 처음 했을 때 노란 물고기를 봤어요. 뭍으로 나와 찬찬히 생각하면 만든 노래입니다.”

그런가 하면 영화‘몽중인’의 메인 타이틀인 ‘다시 계절이’는 386세대의 상실감이 담긴 듯한 감성적인 곡이다. “일기에 낙서하듯 아무 의도나 생각 없이 만들었다”고 한다.

두 곡은 그의 앞으로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해온 모던 록과 포크의 결합,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만드는 노래다.

물론 그의 색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10년 후에 들어도 철 지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새로 개장한 대형 갈비집보다는 골목길에 자리한 오래된 김치찌개집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제법 입담이 있는 그다운 비유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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