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일 한미 정상의 대화 제의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동신문 등은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날강도의 논리”라고 비난하면서도, 정상회담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북한은 그러나 조지 W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남한 내 반대운동을 이틀째 상세히 보도하는 등 정상회담을 주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관례대로 회담 결과를 충분히 검토한 뒤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서 안도와 위기감을 동시에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물리력 대신 대화로 풀겠다는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다소 접을 수 있게 됐다. 북한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대북관이 전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대화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북한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체제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표명하면서 정권과 주민을 분리시킨 의도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북미대화를 통해 추구하는 ‘체제 보장’이 그 만큼 어려울 것임을 예고한다.
북한은 그러나 미국이 펼쳐놓은 대화 마당을 어떻게 든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사이에는 대량살상무기(WMD)뿐아니라,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보상문제 등 대화 수요가 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 남북관계 연구실장은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나서겠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적ㆍ제한적 대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일 공산이 크다. 이는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한 지렛대로 작용하는측면이 있다. 북한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보여줌으로써, 미국에 화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사실 남북 간에는‘3월 대화설’이 상당히 무르익어 있다. 당장 남한으로부터 식량 40만톤을 받아 보릿고개를 넘겨야하는 북한은 4월 말부터 아리랑 공연에 남한 손님을 유치할 태세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 양국의 대북 정책 방향이 보다 명확해진 만큼, 북한도 현실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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