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 한국 순방에 이어 21, 22일 중국을 방문한다. 부시의 방중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죽의 장막’을 걷고 대륙을 밟은 지 정확히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 언론들은 현재의 중ㆍ미 관계에 대해 ‘따뜻해지고 있지만 갈등은 여전하다’고 표현하고 있다.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부시 대통령이 만나 나눌 주요 의제 및 쟁점은‘국익과 세계질서’라는 말로 압축된다. 양국 정상의 세부 의제는 중국이 대만 문제라면, 미국은 반 테러 협력이다.
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 입장에서 새로 들어선 부시 미 정부를 향해 ▲'두개의중국’ 또는 ‘하나의 중국과 대만’ 입장 ▲대만 독립 ▲대만의 유엔 등 국제기구 가입을 반대한다는 ‘3불(不) 방침’ 재확인을 받고 싶은 것이다.
반면 미국은 9ㆍ11테러 이후 자국이 지향하는 소위 신 국제질서 건설에 역행하고 있는 이라크, 이란, 북한의 응징을 위한 국제적 지지에 앞서 관건인 중국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조급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금 대만 내 민진당 승리 등 독립 추세 분위기 확산과 미국의 무기 판매로 인한 대만의 무력 증강에 온갖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P-3C 대잠함 초계기, 키드급 구축함과 심지어 이지스함까지 도입이 추진되는 데 경악하고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의 안보가 자국의 이익으로서, 타이베이(臺北)와 베이징(北京)의 관계 해결을 미래로 남겨두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하고있다는 것이 미 외교정책 입안자들의 시각이다.
미국이 제기할 반 테러 협력문제에서는 아프간 문제가 해결된 후 이라크를 공격할때 관계가 친밀한 중국이 동의는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확전은 묵인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 주도의 임의 확전에 반대하고 유엔 주도하의 군사 활동이라면 동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문제도 양국간 반 테러 협력 차원에서 거론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악의축’인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포기하고 무기 및 병력을 휴전선 후방에 배치하는 등한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고 중국은 원칙적으로 불간섭 입장을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시 한 약속 이행, 양국간 무역마찰 해소 방안,미사일 방어(MD) 문제 등도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세계 최강대국 간의 정상회담은 이번에도 국제정치가 도덕과 정의의 영역이 아니라,이익과 질서의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킬 것이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dssong@hk.co.kr
■訪中 일정
중국 정부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비록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72년 2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죽의 장막’을 거둔 지 30주년되는 날이라는 데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오전 10시에 베이징(北京)에 도착,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등 세 차례만나고 22일에는 주룽지(朱鎔基) 총리와 조찬을 한 뒤 칭화(淸華)대에서 연설한다. 오후에는 만리장성을 보고 곧바로 중국을 떠난다.
양국은 대표단 숙소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미국은 도청 등을 우려해 미 대사관 인근 세인트 레이스 호텔을 주장했으나, 중국은 안전을 고려해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대회당에서 열릴 江 주석 만찬은 미국측에서 20여명, 중국측에서 40~60명이 참석한다. 중국측 관례에 따라 만찬 연설 및 건배 제의는 없고, 음악은 미국 음악이 주를 이루며 江 주석이 영화 주제곡 ‘When I was Young’을 부를 수도 있다고 중국 외교부 인사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차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과 단독 회동을 요구했으나 江주석의 권위 훼손을 이유로 거부되고 胡 부주석은 칭화대 연설 때 동문 대표로 회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을 맞이하는 베이징은 환영 무드보다는 긴장된 분위기다. 춘지에(春節) 기간이라 도시 외곽은 아직도 폭죽,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9ㆍ11 테러 이후 경비가 강화된 미국 대사관이 자리잡은 차오양(朝陽)구 치자위엔(齊家園) 인근은 경비가 더욱 삼엄해졌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숙소, 강연 장소인 칭화대, 만찬이 열리는 인민대회당, 톈안먼(天安門) 광장, 만리장성 주변 등은 공안 차량들이 줄을 잇고 곳곳에 요원들이 24시간 배치돼 통행인들을 감시하고 있다.
중국은 전국에 생중계되는 양국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과 부시 대통령의 칭화대 연설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인권, 종교 문제 등이 부시 대통령의 입을 통해 거론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칭화대 연설에서 젊은 대학생들과의 설전이 있을지도 관심 대상이다. 칭화대측은 연설이 있을 본관 1층에 의자 600개를 추가로 배치하고 ‘시원시원하고 멋있는 내용’ ‘솜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칼을 품고 있는’ 예리한 질문을 하자는 안내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사실만 발표했을 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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