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부도덕한 정권을 응징하고 싶습니다.” “진실을 부정하는 세력들의 태도에 분노합니다.” “언론은 뭘 하고 있었길래 그런 일들이 은폐됐습니까?” 24일로 50회를 맞는 MBC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대한 시청자들의 소감은 이처럼 분노에서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까지 다양하다.‘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우리 현대사에서 은폐된 사실들을 추적해 역사적 진실을 규명한다는 목표를 표방하며 1999년 9월 첫 방송을 내보냈다.
사전 자료조사와 취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연속적으로 방송하지 못하고 미니 시리즈형 증언 다큐멘터리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99년 9~12월에 ‘제주 4ㆍ3사건’ 등 13편, 2000년 6~10월에 ‘정인숙 피살사건’ 등 15편, 2001년 4~8월에 ‘도시 산업선교회’ 등 15편을 방송했다.
올 들어 1월 3일 ‘국가 보안법’으로 재개해 24일‘북파 공작원-조국은 우리를 버렸다’를 방영한다.
그 동안 방송된 사건을 시기별로 보면 ‘비밀결사, 백의사’ ‘반민특위, 승자와 패자’ 등 해방 정국과 정부 수립기에 일어난 것 4편, ‘보도연맹’ 1, 2부 등 한국전쟁 관련 6편 등 45년부터 60년 초 제1공화국까지가 11편이다.
박정희 정권기는 ‘장도영과 5ㆍ16’ ‘박정희와 핵개발’ 등 19편, 전두환 정권기는 ‘마녀사냥, 도시산업선교회’ ‘삼청교육대’ ‘건대사태’ 등 9편, 김영삼 정권기는 ‘94년 한반도 전쟁위기’ 1편이었다.
진지한 노력이 깃든 프로그램이지만 시청률은 8%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정인숙 피살사건’(2000년 10월8일)으로 14.4%였다.
‘삼청교육대’(1월 27일, 13.6%), ‘비밀결사, 백의사’(1월 20일, 11.5%)도 시청률이 높았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 제작에 가장 큰 어려움은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 그리고 전문가 집단의 증언을 담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당시 주요 정책의 결정권자나 집행자들의 증언을 듣기가 어렵다.
성공회대 사회학과 김동춘 교수는 “ 이 프로그램은 역사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역사의식을 일깨우고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길러준다”며 “하지만 고발에 치우쳐 과거의 사건을 오늘의 의미로 다가오도록 하는 접근이 약한 것은 개선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언론정보학회는 3월 2일 ‘역사의 복원과 방송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이 프로램의 의미를 점검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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