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선술집과 도라산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선술집과 도라산역

입력
2002.02.21 00:00
0 0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신문을 펼치니 1면 머리기사 제목보다 사진 한 장이 더 눈길을 끌었다.19일자 본보 1면에 큼직하게 실린 ‘선술집 담화’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일본을 방문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도쿄 시내의 전통 선술집에서 비공식 만찬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고 사진 설명은 적고 있다.

양국 정상이 선술집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고개를 반쯤 돌려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왼쪽 팔을 약간 들어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 선술집을 일본에서는 이자카야(居酒屋)라고 한다. 우리의 대포집이나 영국의 팝(Pub)과 마찬가지로, 대개 샐러리 맨 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국내에도 이 명칭을 쓰는 술집이 꽤 있다. 자욱한 담배 연기와 시끌법적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려는 사람들로 가득차는 것은 만국 공통이다.

부시 대통령이 찾은 도쿄 니시아자부(西麻布)에 있는 선술집도 그런 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양국 정상이 정장 차림의 공식 만찬 대신에 간편한 복장으로 선술집에서 술 잔을 기울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 일본측은 원래 도쿄 인근 휴양지인 하코네(箱根)를 검토했으나 부시 대통령이 일본의 서민적인 맛을 즐기고 싶다고 요청해 변경됐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제일 나중에 나가는 사람이 계산해야 한다”고 농담을 했으며, 이날 메뉴는 특별히 준비된 각종 튀김과 소고기 등 전통 일본식으로, 1인 당 1만엔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메이지(明治) 신궁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참배했다.

■ 19일 방한 한 부시대통령이 어제 정상회담 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경의선 남측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을 찾았다.

방한 행사 중 하이라이트다. 이 역은 한반도 현실을 말해주는 상징이다.

선술집과 신궁, 그리고 도라산역. 한미 관계와 미일 관계의 현 주소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또 세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각각 어떠한 위치에 있는 지를 새삼 생각케 한다.

이상호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