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구조조정 회장 이용호(李容湖ㆍ44ㆍ구속)씨의 자금 수천만원이 이수동(李守東ㆍ69) 전 아태재단 이사에게 건네졌다는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아태재단에 대한 이씨의 로비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특검팀은 이씨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한 뒤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이씨의 돈이 아태재단 관계자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이사에 대한 이씨 자금 유입설은 이미 지난해 대검 수사 당시부터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이씨로부터 “이 전 이사에게 전해달라며 서울시정신문 회장 도승희씨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냈으나 도씨가 이를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 전 이사가 이씨의 돈을 받았다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추후 돌려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당시 이씨 사무실에서 도씨가 1999년 상반기에 남긴 ‘동교동, 일산 잘 다녀왔음’이라는 메모가 발견된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 전 이사는 이씨의 주가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현성(金炫成ㆍ35ㆍ해외도피) 전 한국전자복권 사장으로부터 재단 후원금 명목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해 대검 국정감사 당시 야당은 “김씨가 친누나와 가까운 이 전 이사에게 이씨를 소개해줬다”며 “주가조작을 통해 이씨가 챙긴 거액의 시세차익 일부가 아태재단으로 유입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 전 이사도 지난해 말 모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씨는 알지 못하지만 재단 후원회원인 김씨의 누나와는 친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태재단 관계자는 “이씨 문제가 불거진 뒤 1원 한장까지 샅샅이 확인했으나 이씨 돈이 재단으로 들어온 것은 없었다”며 “이 전 이사가 설혹 이씨 돈을 받았다고 해도 재단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전 이사가 이씨에게 리빙TV 인수 등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 등 여권 고위인사들에게 건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 여권 고위인사들의 소환도 배제할 수 없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이수동씨는 누구
이수동(李守東ㆍ69)씨는 여권 인사들이 공인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김 대통령 가족의 사소한 일까지 챙기는 ‘집사’ 역할을 해 왔다. 현 정부 들어서는 김 대통령 가족의 사적인 일을 처리함은 물론이고 18일 상임이사직을 사임하기 전까지 차남 홍업(弘業) 씨와 함께 아태재단 운영까지 책임져 왔다.
이씨는 김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무기중개상 조풍언(趙豊彦)씨에게 매매하는 데에도 깊숙히 간여했고 아태재단 건물 신축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역할 때문에 최근까지 자주 청와대를 찾았으며 여권 핵심 인사들 사이에 “이수동씨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더라”“왠지 위태로워 보인다”는 뒷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이씨는 이에 앞서 1998년 김 대통령 집권 후 초대 청와대 비서진을 구성할 때는 유력한 총무비서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는 김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출신이다. 그는 동향의 인연을 바탕으로 60년대 초반 야당 정치인이었던 김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70년대 중반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 80년대 김 대통령 미국 망명시절 후원회 일을 돕기도 했다. 이씨는 85년 서울로 돌아 온 김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귀국, 집사 역으로 복귀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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