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2월21일 미국의 흑인 해방운동가 맬컴 엑스가 뉴욕에서 암살당했다.40세였다. 본명이 맬컴 리틀인 맬컴 엑스는 마틴 루터 킹과 함께 미국 흑인 해방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다.간디의 비폭력 평화주의에 영향을 받은 킹목사가 민권운동에 주력하는 온건 노선을 펼쳤다면, 흑인의 정체성에 대한 자의식이 더 강했던 맬컴 엑스는 열정적 행동주의로 기울었다. 킹목사의종교적 배경이 미국 주류 사회의 개신교였던 데 비해, 맬컴 엑스의 종교적 배경이 이슬람교였던 것도 다르다.
그러나 맬컴 엑스는 길지 않은 생애동안 끊임없는 반성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경신했고, 그래서 그의 급진적 흑인해방운동은 킹목사의 민권운동과 공유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맬컴 엑스가 흑인해방 운동지도자로 널리 알려진 것은 블랙 모슬렘을 이끌면서다.이슬람교에 바탕을 두고 흑인해방운동을 펼친 이 단체는 분리주의적 경향이 강했다.
곧 흑은 흑이고 백은 백이라는 신념 아래 흑인과 백인 사이의 통합을부정하며 백인사회에서 독립된 흑인만의 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 지향점이었다. 흑인해방운동에서 이런 경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네이션오브 이슬람 지도자 루이스 패러컨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맬컴 엑스 역시 블랙모슬렘 시절에는 이런 분리주의로 기울었으나, 이내 이 단체를 탈퇴하고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민권운동의 여러 흐름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통일기구를 만들었다.
맬컴 엑스가 마지막으로 도달한 생각이 어떠했든, 그의 암살 이후 그의 이름에서 자양분을 얻은 블랙파워 운동들은 강한 행동주의를 표방했다. 그가 암살된 해에 결성된 검은 표범당의 게릴라활동 같은 것이 한 예다. 미국 흑인들이“검은 것이 아름답다”는 자의식을 얻게 된 것은 주로 맬컴 엑스 덕분이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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