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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상회담 준비…"실제상황" 4차례 리허설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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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상회담 준비…"실제상황" 4차례 리허설 토론

입력
200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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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결론으로 생각 말라. 다른 판단을 하면 기탄없이 반박하라.”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사전에 점검하는 토론에서 참석자들에게 한 얘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카우보이’라는닉네임이 있을 정도로 직설적인데다 ‘악의 축’ 발언으로 한미간 대북 시각차가 드러났기 때문에 ‘최악의 격론’을 가정한 토론의 리허설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토론은 그 동안 4 차례 있었으며 참석자는 임동원(林東源) 통일특보, 최성홍(崔成泓) 외교부장관, 임성준(任晟準) 외교안보수석 등이었다. 김 대통령은 한 달 전부터 한미 정상회담 관련자료들을 숙독했으나 단순히 보고서만으로 대처방향을 정하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 별도의 리허설을 마련했다.

토론 점검이 이루어진 데는 지난해 3월 한미 정상회담의 경험도 한 몫 했다. 당시 일부 관계자들은 “공화당 행정부가 출범했지만 부시 대통령도 노벨상 수상자이자 세계적 지명도가 있는 김 대통령을 만나면 결국 클린턴처럼 승복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막상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의 설명을 자주 가로막는 등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거칠게 몰고 가자, 우리측 배석자들은 당혹스러워 해야만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장면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리허설 성격의 토론이 이뤄졌고, 부시 대통령의 스타일과 백악관 핵심들의 인식까지도 세밀하게 분석됐다.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다른 외국 정상과는 확실히 다르며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는의지를 갖고 있다는 판단도 내려졌다.

그러나 ‘악의축’ 발언 후 시간이 지나면서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어렵게 하고 한국인의 정서를 거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해졌다. 미국의 대북 인식은 부정적이지만, 대화를 통한 해법도 분명히 견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한 19일에도 일본에서의 발언 내용 등 실시간의 자료들을 검토하고 토론에서 정리한 내용들을 숙독하며 차분하게 회담에 대비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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