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는 회담 후 있을 양국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모두(冒頭)발언과 도라산역 연설에 응축된다.모두발언에는 양국 정상의 협의 내용이, 도라산역 연설에는 대북제의와 대북관이 중점 거론된다.양국은 코뮤니케 등 공동 문서를 작성하지 않고 연설 형식으로 입장을 밝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일단 지지를 보내면서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국내 여론을 감안, 지난해의 무조건적인 대북 대화제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양국의 흔들림 없는 대북정책 공조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현 단계에서 북한을 적이 아닌대화 상대로 간주하는 미국의 태도는 10분간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도라산역 연설에서 재확인 된다.
부시 대통령은 분단의 상징인 경의선 최북단역에서 북한에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형식으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촉구한 뒤 “북한이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대화를 하겠다”고 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도라산제의’ 등 특정 명칭이 부여될 가능성이 있는 이 제안은 미국이 언제라도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관측통들은 미국이 이르면 내달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북한의 미사일 수출 위험 등 WMD 문제를 거론한다.
특히 김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북한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하는 당위성을 언급한다.
도라산역에서 김 대통령은 경의선 철도 연결을 통한 군사적 신뢰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이 서슴없이 북미, 남북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분단의 현장에서 공개된 대북대화 원칙은 미국의 대북 선택지(options)에서 대북무력 조치를 일단 배제시키게 된다. 북한에게는 남북 및 북미대화로 나올 명분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두 차례의 연설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 될 수도 있다.
아시아 순방 목적을 ‘악의 축’ 발언 및 대테러 전쟁의 정당성 강화에 두는 부시 대통령이 특유의 화법으로 대북 불신의 일단을 내비치면서 북한을 자극할 여지가 있고, 북한의 핵사찰 문제, 휴전선 인근의 재래식 무기 문제 등이 돌발 변수로부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역풍이 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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