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6년(정조 20년) 경북 경주에서 밭 갈던 농부가 비석 하나를 발견했다. ‘문무대왕비’였다.발견 당시 이미 마모가 심해 상당 부분 알아볼 수 없었으나 추사 김정희의 탁본으로 드러난 비문의 내용은 참으로 기이한 것이었다.
거기에는 ‘화관지후’(火官之后), 진백(秦伯), 투후(?侯) 등 문무왕 김법민의 먼 조상6명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이들은 누구일까? “화관지후는 신농씨의 직계 후손인 순임금의 관직명이다.”
재야 금문학자 김대성(60)씨가 쓴 ‘금문의 비밀’(컬처라인 발행, 1만 8,000원)은 “신라 김해 김씨의 조상이 순이며 멸망한 진(秦)나라 지배층의 후예가 신라로 건너왔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이 주장이 진위 여부를 떠나 관심을 끄는 것은 고대 중국의 청동 제기, 무기, 농기구, 화폐 등에 새긴 글자(금문ㆍ金文)의 해석을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금문의 내용은 후대의 역사서에는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씨는 갑골문과 함께 한자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금문 가운데서도 기원전 2,500년경, 하나라와 그 이전 삼황오제 시대의 것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글자 낱낱에 대한 치밀한 분석의 결과는 한ㆍ중 고대사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금문 기록을 종합해 보면 삼황오제 시대 고대 중국은 신농씨와 순임금, 치우를 비롯한 동이족과 황제 등 화하족(華夏族)의 결전장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씨는 한국일보 편집위원과 문화일보 문화부장을 지냈으며 금문과 차(茶) 연구를 위해 1989년부터 수십 차례 중국 현지를 답사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