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당시 호평을 받은 수작들의 앙코르 공연이 잇따르고 있다.극단 아리랑의 ‘정약용 프로젝트’, 전유성 코미디시장의 ‘이(爾)’, 극단 후암의 ‘구명시식’ 등 앙코르공연을 앞두고 있거나 재공연 중인 작품은 10여 편.
화제작을 다시 감상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3월 초 서울시의 무대공연 작품 지원작선정을 앞두고 극단들이 재공연으로 ‘시간 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0일~4월 28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아리랑(02-741-5332)에서 공연하는 ‘정약용 프로젝트’(방은미작, 김만중 연출)는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삼형제의 민중에 대한 사랑을 그린 작품.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전통연희극 개발 공모 선정작인 이작품은 지난해 11~12월 초연 때 낯선 몸 동작과 노랫가락으로 ‘한국적 실험극의 원형’이라는 평을 받았다.
2000년 11월 초연한 ‘이’(김태웅 작ㆍ연출)는 지난해 서울공연예술제 희곡상을 받은 작품.
전유성 코미디시장(031-759-5955)이초연 당시 제작사인 연우무대로부터 공연권을 사서 23일 오후 6시 30분 하얏트 그랜드볼룸에서 디너쇼 형태로 단 1차례 공연한다.
이밖에 현대자동차 아트홀의 ‘강부자의 오구’(22일 7시 30분, 23일 4시 현대자동차 아트홀), 극단 후암의 ‘구명시식’(24일까지 학전 그린 소극장), 극단 동숭무대의 ‘오델로-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3월 10일까지 강강술래 극장) 등도 재공연을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이 같은 앙코르 공연 열기에 대한 연극계 내부 반응은 매우 비판적이다. 기존 작품만을 계속 무대에 올려 신선한 신작이 끼어들 여지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또 신작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 무대공연 작품 지원금 40억 원을 극단에 배분하는 시기가 3월 초이기 때문에 극단으로서는 지원금을 받고 나서 신작을 공연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연극계 관행상 신작은 서울시 지원금 발표가 난 후 그 해 하반기가 돼서야 겨우 무대에 올라간다”며 “연극의 주관객층인 대학생들이 리포트 작성을 위해 신작을 보는 시기가 3월 이후부터인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종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1999년부터 시작된 무대공연 작품 지원정책이 역설적으로 ‘받으면 하고안 받으면 안 하는’ 식으로 신작 공연에 장애가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단은 ‘거지 관행’을 탈피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신작공연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서울시도 지원금을 늘리고 배분시기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지원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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