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의 월급봉투가 갈수록 얄팍해지고 있다. 급여수준은 인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세금 뿐 아니라 치솟고 있는 각종 사회보험료 등을 제하면 실제로 받는 돈은 그대로다.친구들과 만나서 식사 한 번 하기가 겁날 지경이다.
사업주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쟁이 격화하면서 인건비라도 줄여야 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 보니, 사회보험료라도 줄이기 위해서 임시직 등 비정규직을 늘리고 싶어한다.
종업원들은 이래저래 고용불안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되고, 임금인상으로 그 부담을 해소하고 싶어하니 노사간 마찰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생산성을 높이는 복지제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보면 원래 취지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생산적 복지제도를 만들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봉급생활자들에게 돌아갈 소득으로 운용하는 사회보험제도를 확대하는데 급급해왔다.
이에 따른 비용의 증가는 고스란히 봉급생활자에게 전가되어 봉급생활자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는 지난 2~3년 사이에 무려 34%나 인상되었다.
봉급생활자의 출혈에 의해서 그나마 유지되어 왔던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은 이미 재정위기에 봉착해 있다.
또한 그나마 흑자재정을 유지하고 있던 고용보험제도에 육아휴직급여제도 등을 덧붙임으로써 고용보험마저 흔들릴 전망이다.
기업복지-사회보장 연계를
사회보험제도에 편향된 사회복지제도로는 생산적 복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구조조정으로 고용관계의 불안이 커지고 반면 인구의 고령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로 복지에 대한 수요가 다양화되고 있다.
기초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보험제도의 강화만으로는 봉급생활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진정시키기도 어렵고, 노사간의 마찰도 줄이기 어렵다.
사회복지제도를 생산적으로 만들 길은 없는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정부-기업-근로자의 역할 및 비용부담 원칙을 재정립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관장하는 사회보장제도를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기업차원의 근로복지제도를 강화해 정부차원의 사회보장제도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사회보장에서 제공하는 급여 및 서비스에 기업차원 근로복지제도를 덧붙여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사회보장에 의해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보장에 의해 제공되는 급여나 서비스의 일부를 기업복지에서 적용할 때 제외시켜 주거나, 사회보장과 기업복지가 급여 및 서비스를 분담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업차원의 근로복지제도가 사회보장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선택적 복지제도를 지향해야 한다. 근로자의 인적 속성이 다르고 기업의 경영환경도 상이하기 때문이다.
복지 프로그램을 기업차원에서 단체로 구매해 근로자 개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복지 프로그램 항목을 선택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적 근로복지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복지관련 세제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사회보험 등 법정복리후생비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반면,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법정외 복리후생비에 대해서는 대부분 과세를 하고 있다.
법정외 복리후생비 항목 중에는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이 매우 강하지만 과세혜택을 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고있다.
복리후생비 비과세 해야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한 법정 복리후생비 항목에 대한 비과세 조치는 기업차원의 근로복지제도가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한다는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추가적인 지출이 없이 봉급생활자의 급여인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봉급생활자의 소득은 100%에 가깝게 노출되어 있으나, 자영업자의 소득은 업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30~50%내에 불과한 현실에서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간의 조세 불평등을 줄여 봉급생활자의 사기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상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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