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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韓美동맹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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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韓美동맹을 생각한다

입력
200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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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난생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몇 가지 역설적인 사실에 직면할 것이다.우선 그는 자신이 불과 3주일 전 ‘악의 축’이라고 지칭한 북한의 지척에서 그 위협의 실체를 체감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는 분단의 현장을 답사하고 주한 미군 부대를 시찰하면서 군사적 대치 상태의 긴장을 맛 볼 것이다.

동시에 부시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북한과의 화해와 협조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절감하고 한국은 자신의 강경 발언이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지 모른다는 우려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발견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그의 방한과 관련하여 한국 사회가 지금 극도로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즉 부시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그를 ‘악의 화신’이라고 까지 표현하는 반미, 반부시 여론과, 부시의 발언이 북한을 자극할지는 모르나 그것 때문에 한미관계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의 대치 상황이다.

이는 일본과 중국이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과 크게 대조된다.

그런가 하면 부시 대통령은 한국에 와서 그 나름대로 표면적으로는 상반되어 보이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그는 한편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며 북한과 대화를 가질 용의가 있음을 천명할 것이다.

동시에 그는 그러한 입장이 북한을 비도덕적인 악의 실체로 인식하는 사실과 상충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할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한반도의 실정이나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서 이율배반적인 요소들이 공존해 있는 가운데 오늘의 한미관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주 특수한 지경에 와 있다. 북한에 대한 한미간의 인식과 정책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발발 후 최근까지 북한에 대해 한국은 미국보다 늘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었다.

전쟁 중 38선을 넘어 북진하는 문제, 1953년 휴전협정 수락 문제, 1968년 청와대 습격과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1980년대 아웅산 테러와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1990년대 북한 핵 문제 등 일련의 사건, 사태와 관련해 역대 한국 정부는 줄곧 북한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해 왔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한미관계에 갈등을 가져오기도 하였으나 한미동맹이 분단국의 한 쪽인 북한을 겨냥하고 있음으로 미국보다 한국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한 한미간의 입장 조율에 국내 정치가 개입될 여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과는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에 대해 한국보다 미국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동맹을 관리하는데 있어 유례없이 어려운 도전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한미동맹의 관리가 어려워진 이유는 그것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첫째, 한미동맹은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한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인상을 줄 때 한국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둘째, 역사적으로 긴 기간 동안 한국은 중국을 포함한 외국의 지배아래서 생존해 왔다.

미국의 도움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또 미국이 아무리 우호적으로 접근한다고 해도 한국에는 수 천년 동안 외세에 의한 침략과 지배에 대한 거부 의식이 당연히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감정이 이제는 지난 50년 동안 남한에 주둔해 있는 주한 미군에까지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은 햇볕정책이나 대북대화의 문제를 떠나 한국민의 대미, 대강대국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민은 한편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미군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역할과 행동에 대해 다양한 인식을 갖고 여러 겹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한국의 이러한 여러 가지 모순돼 보이는 정책과 태도의 배경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한승주(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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