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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100 / 우리는 '월드컵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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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100 / 우리는 '월드컵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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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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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기장을 찾는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편리하고 안락한 관전 공간을 제공할 것입니다.”한ㆍ일 월드컵 축구대회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만의 경연장이 아니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각국 선수들의 움직임에 환호하고 아쉬워하는 팬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축제를 축제답게 만드는 사람들 중에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꼭 필요한 장인(匠人)들이 있다. 대구 월드컵 경기장의 전광판을 운영하는 중앙통제실 한정숙(韓貞淑ㆍ40ㆍ여)씨나 광주 경기장에 중수도를 설치한 최연택(崔演澤ㆍ44ㆍ광주시 기계7급)씨가 대표적이다.

▲ 대구 경기장 중앙통제실 한정숙씨

한씨가 자리한 중앙통제실은 경기중에는 물론 평상시에도 홍보물이나 일반 방송을 중계하는 운동장의 방송국. 그는 전광판에 보낼 영상물을 취사 선택하고 무성방송인 전광판에 메시지를 자막으로 처리하는 영상ㆍ편집 담당이다.

전산 분야에서 16년을 보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는 방송은 아직 그녀에게 낯선 분야. 지난해 5월 대륙간컵대회때 통제실 요원들의 실수는 아니었지만 주요 인사의 연설장면을 제 때 내보내지 못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 사건이후 두달간 야간학원에 다니며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배웠다.

그녀는 “경기장 방송국을 맡은 것은 개인적으로 커다란 영예”이라며 “완벽한 중앙통제실 운영을 통해 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월드컵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광주경기장 중수도 설치 최연택씨

국내 처음으로 경기장에 중수도를 설치, ‘환경 월드컵’을 이끄는 최씨. 월드컵경기장 건설팀으로 전입해 온 1999년 8월 경기장과 가까운 염주체육관 수영장의 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다가 중수도 설치에 생각이 미쳤다.

그로부터 6개월 가까이 전문서적과 인터넷을 뒤지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수영장 배수관로와 월드컵 경기장 급수시설 등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경기장 비상급수시설인 지하수 정수시설을 이용해 수영장에 물을 공급하고, 수영장 배출수를 중수 처리해 경기장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1일 평균 205톤에 이르는 수영장 배출수를 중수 처리,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잔디관리 및 조경수, 화장실 세정수로 활용하는 길을 텄다.

그는 “중수도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수질이 좋지 않아 잔디에 사용할 수 없거나 기계작동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며 후회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절약한 예산 연 1억5,000만원은 관전시설을 현대화하는데 투입됐다.

▲ 대전 폴란드캠프 조리실장 신재훈씨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뛰는데 당연히 폴란드를 응원해야죠. 물론 우리나라와의 경기만 빼고요.”

폴란드 축구 대표팀 훈련캠프인 대전삼성화재연수원 신재훈(申在勳ㆍ35)조리실장은 얼마전부터 머리속엔 월드컵과 폴란드 생각뿐이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축구와 제 천직인 요리가 이렇게절묘하게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흡족해 한다.

요리사 경력 12년인 신 실장은 대전우송공업대 식품영양학과 출신. 특급호텔 한식부에서 일하다 1994년 이 연수원 개원과 함께 옮겨와 줄곧 구내식당 단체급식을 맡았다.

폴란드팀 급식을 맡기로 했을 땐 사실걱정이 앞섰다. 폴란드 대표팀 선수와 임원 등 60여명에게 한달 가량 간식까지 매일 4끼를 내놓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들의 식성이나 입맛, 선호등 모르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월드컵추진본부 일행과 함께지난달 폴란드를 방문, 요리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또 인터넷과 현지 교민들을 통해 폴란드인이 오이물김치를 좋아한다는 정보를입수했다. 그는 오이물김치를 비롯, 호박전과 미역국 떡국을 캠프 식탁에 올려 한국 요리를 동유럽 축구강국인 폴란드에 소개할 계획이다.

“선수 식사는 베이컨과 햄, 빵,스파게티, 파스타(국수 종류) 등으로 규칙적이면서 단순해 요리에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소스와 스프 등 까다로운 몇 가지 맛은 폴란드팀 요리사가선수단보다 3일 먼저 입국해 함께 만들기로 했지요.”

또 폴란드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치즈는 현지에서 직접 공수키로 했다.

신씨는 ‘음식도 생명력이 있다’고믿는다. “음식도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또 전통만 고집하면 한국에 머무를 뿐이죠. 이 기회에 세계인의 기호에 맞는우리 음식을 적극 발굴해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신씨는 월드컵과 더불어 자신만의 ‘작은요리 월드컵’준비에 푹 빠져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대전=전성우기자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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