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에 대한 ‘녹화사업’ 입안을 직접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대통령 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조만간 전 전 대통령을조사할 방침이다.규명위는 당시 보안사령부 대공처장(대령)이었던 최모(64)씨가 “81년 청와대 보안사 간부 만찬 때 ‘운동권 대학생들 군 입소 후 군내에 불온낙서가 빈발하고 있다’는 군상황 보고를 들은 전 전 대통령이 꾸지람을 해, 보안사가 앞장서기로 하고 교육계획(녹화사업)을 세웠다”고 진술했다고 19일 밝혔다.
최씨는 또 “전 전 대통령의지시에 따라 구상은 내가 직접 했으며, 입안 후 대통령에게 보고해 결재도 받았다”며 “관련 서류를 현 기무사가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무사는 규명위의 자료제공 요청에 대해 “‘윤석양(尹錫洋) 일병보안사 정치사찰 폭로’사건을 계기로 90년 당시 보안사가 문제가 될만한 자료를 모두 폐기해버려 녹화사업 관련 자료도없어졌다”고 답변한 것으로알려졌다.
또 당시 보안사령관 이었던 박준병(朴俊炳ㆍ68)씨는 지난해 말 규명위 조사에서 “교육사업에 관해 보고를 받았으나 ‘6명이 죽었다’는 등의 구체적 사실과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도 88년 5공 청문회 당시 “의문사 등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증언하는 등 핵심관련자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어 녹화사업에 대한 진상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규명위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현 규명위 조사방법으로 녹화사업의 실체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며 “국회에서 규명위권한을 강화한 새 ‘규명위 법’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녹화사업
녹화사업 5공화국초기인 81~83년 학생운동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특별정훈교육’이란 명분을 내세워 강제징집된 운동권학생들에게 가해진 정신ㆍ육체적 가혹행위. 단순한‘의식교정’뿐 아니라 육체적 고통과 함께 학원 프락치 활동까지 강요했다. 당시 강제 징집된 447명 중 265명이 녹화사업 대상자였으며, 이중 6명의 의문사사건이 발생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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