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월포위츠(58)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을 겨냥, ‘맹수’라는 별명까지 들을 정도로 연일 독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월포위츠 부장관의 이 같은 튀는 행동에 대해 음지에서 몸을 낮춘 채 장관을 묵묵히 보필해 온 전통적인 ‘부장관’의 역할을 뛰어 넘는 월권이라는 비판과 함께 신념에 찬 애국심의 발로라는 찬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는 특히 “테러 지원 국가는 끝장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역시 강경파인 도널드 럼스펠드장관이 무색할 정도의 초강경 입장을 천명, 엄격한 지휘계통이 생명인 국방부 관계자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또 9ㆍ11 테러 후속 대책을 놓고 콜린파월 국무부 장관의 온건 노선을 맹비난하는가 하면 럼스펠드 장관의 말을 끊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즉각적인 ‘행동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회의 때마다 백악관 입장은 콘돌리사 라이스 국가 안보담당 보좌관이면 충분하고, 국방부 의견은 월포위츠만 주목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워싱턴 정가에서는 ‘라이스-월포위츠’ 라인이 안보의 핵심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월포위츠는 1970년대 초반부터 소련과의 공존 필요성을 주창한 헨리 키신저 전 국무부 장관의 ‘현실 정치론’에 반기를 든 신 보수주의 노선에 심취하면서 ‘강한 미국’을 강조해왔다.
특히 1983년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비난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그는 2000년 대선에서는 부시 캠프에서‘힘과 군사력에 기초한 강력한 미국’을 기치로 내건 선거 공약의 이론을 체계화했다.
그의 이론은 학문적 배경과 깊게 관련돼 있다. 그는 통치 집단의 성격이 한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알렌 브룸학파’의 논리에 따라 이라크 등에서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앨버트 월스테터 시카고대 교수의 저서 ‘냉전 시대 전략의 비밀’에서 강조한 미사일의 중요성을 인식,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역설하고 있다.
원래 수학이 전공인 그는 시카고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레이건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정책담당차관, 인도네시아 대사, 국방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일부 언론은 “월포위츠는 매파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강경하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은 동맹국지원이 절대적인 만큼 백악관과 행정부 인사가 강경 일색이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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