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린이에 큰 관심 폭력적 애니 많아 걱정"‘센(千)과 치히로(千尋)의 행방불명’으로 18일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ㆍ61) 감독은 19일 도쿄(東京)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 일본의 어린이’에 대한 유별난 관심을 강조했다.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이 몰린 회견에서 그는 “일본에서 온갖 상을 다 받은 마당에 황금곰상까지 수상해 추석과 설날, 크리스마스가 겹친 듯한 기분”이라고 기뻐하면서도 “외국의 영화상이 일본의 영화상보다 낫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_일본적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데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특별히 일본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애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일본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관심을 쏟아 왔고, ‘관객을 3분 이상 웃겨서는 안 된다’는 등 구미의 고정된 애니메이션 작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다.”
_이번 수상을 계기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장래가 밝아졌다고 보는가.
“천만의 얘기다. 구미 애니메이션의 모방도 우리 세대에서 끝났고 현재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모조품을 다시 베끼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성과 폭력으로 떡칠을 하고 있다. 양적으로 충분히 만들어지지도 않는데 대부분이 포르노와 폭력물이니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_본인의 작품이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가.
“나는 우선 일본 아이들이 보고서 즐거워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일본 전통적 요소를 즐겨 쓰는 것도 그것이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의 작품을 그때 그때 일본의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격려라고 생각한다.”
_아이들이 애니메이션에 탐닉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나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느라고 TV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어른들까지 전철에서 만화책을 펼치는 상황이니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즐기려고 TV에 매달리는 것을 탓하기 어렵게 됐으니 한탄을 금할 수 없다. 내 작품이 비교적 괜찮다고는 해도 아이들이 너무 빠지면 오히려 악영향이 크다. 비디오 표지에 생일날 등 특별한 날에 딱 한 번만 보여 주라고 쓰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다.”
_앞으로도 일본 전통을 중시할 것인가.
“나는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를 혐오한다. 그러나 제 나라의 전통을 강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일본말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영어만 잘한다고 세계에 통용될 수는 없다. 젓가락을 쓸 줄은 모르면서 컴퓨터 키보드는 잘 두드리는 아이들을 기르는 한 일본은 앞날이 없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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