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아, 얼굴도 못보고간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야….’ 19일(한국시간) 오전 한국 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던 솔트레이크 아이스 스포츠 콤플렉스.연습 도중 뜻하지 않은 편지를 전해 받고 어리둥절해하던 김동성(22ㆍ고려대)의 눈 주위가 서서히 붉어졌다.편지의 주인공은 중학교 2학년 때 영어를 가르쳤던 정은욱(32ㆍ여)씨. 지난해 10월 오클라호마주립대로 유학을 온 정씨가 제자 김동성을 격려하기 위해 연습장에 나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편지를 남기고 간 것.
정씨는 지난해말 동계올림픽 인터넷사이트에서 삼성이 후원하는 ‘올림픽 패밀리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발견, 옛 제자를 보고 싶어 신청했는데 운좋게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선정됐다. 정씨는 쇼트트랙 경기 전날인 16일 비행기표가 매진돼무려 19시간이 넘도록 차를 몰고 솔트레이크시티로 달려왔다. 60달러짜리 입장권이 동나는 바람에 350달러로 치솟은 암표까지 사서 경기장에 들어온정씨는 목이 터져라 ‘김동성’을 외쳤지만 준결승에서 리지아준(중국)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씨는 “동성이가 어릴 적부터 활발했고 승부근성도 있었다. 앞으로 남은 경기서 반드시 잘 해낼 것”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편지를 전해받은 김동성은 “이렇게 먼 곳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스케이트화끈을 바짝 조였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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