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남자단체전 K_120 경기가 열린 19일(한국시간) 유타 올림픽파크. 2차 시기에서 40번째로 도약대에서선 강칠구(17ㆍ설천고)는 맞바람이 불어오는 순간 행운을 예감했다.스키점프에서 맞바람은 체공시간을 길게 해주어 선수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약대를 미끄러져 내려간 강칠구는 하늘로 솟구쳐 날아올랐고 착지 후 전광판을 돌아본 뒤 어린아이처럼 껑충껑충 뛰었다.‘122.0m’ 연습 때 2~3번나온 적은 있지만 실전에서 한번도 내지 못한 기록이었다. 한 여름 무주에서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눈물이 돌았다.
최흥철 최용직 김현기(이상 한체대) 강칠구로 이뤄진 한국 스키점프팀이 13개 국가가 참가한 이날 경기에서 총 801.6점으로 노르웨이등 겨울스포츠 강국들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8위에 올랐다.
눈 위에서 펼쳐지는 종목에서 한국이 10위권 이내로 진입한 것은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최돈국 감독도 “금메달을 딴 것이나 다름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스키점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 하지만 등록선수가 단 7명에 불과하고 국제대회에 출전 가능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5명 밖에 없다. 600여명의 선수가 활동하는 일본과는 비교조차 어렵다.
이번 대회에도 단 한명의 후보도 없이 4명의 선수로만 단체전에 출전했다. 때문에 1998년 처음 출전한 나가노올림픽에서 꼴찌인 13위를 차지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94년부터 선수들을 발탁, 훈련시켜온 최 감독은 다른 동계종목과 달리 몸무게가 가벼워야 유리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보고 흔들리지 않았다.
자비를 털어 전지훈련에 나섰고 96년 무주에 세워진 국내 유일의 점프대를 여름에도 떠나지 않았다. 최 감독이 억척을 부리는 동안 조금씩 여건이 나아졌고 지난해부터는 기아의 후원도 받을 수 있었다.
최 감독은 “1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은 덕분에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여름에 점프대에 뿌릴 물이 없어 비가 오기만을 기다릴 때도 많았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다음올림픽에서는 메달도 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명규 감독은 21일 열리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 1,000m에 출전했던 김동성(고려대)과 안현수(신목고)를 그대로 기용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예선만 치르는 여자 1,000m에는 1,500m에서 1, 2위를차지한 고기현(목일중)과 최은경(세화여고)을 출전시키기로 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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