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문화원장 "한일 국민교류의 해에 바란다"≪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2002 월드컵은 ‘가깝고도 먼’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
양국 정부가 월드컵의 해인 올해를 일찌감치 ‘한ㆍ일 국민교류의 해’로 정한 것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진정한 상호이해야말로 왜곡된 한ㆍ일 관계를 바로 잡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교류의 해에는 양국 정부가 엄선한 문화행사만 100여 개에 이르는 등 광복 이후 최대 규모의 본격적인 교류가 이루어진다.
실무책임자로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종문(金鍾文ㆍ53) 주일 한국문화원장과 오시마 에이이치(大島英一ㆍ51) 주한 일본공보문화원장을 만나 문화교류 추진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주일 한국문화원장 김종문
“민간교류가 뿌리를 내려야만 21세기의 바람직한 한ㆍ일 관계가 보장될 수 있습니다.”
올 한해 동안 일본에서 펼쳐지는 한국측 문화행사를 총괄하는 김종문 주일 한국문화원장은 “‘국민교류의 해’가 양국간의 진정한 민간교류를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동안 정치중심적인 양국관계가 드러낸 한계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국민교류의 해를 탄생케 했다”는 그는 “올해야말로 두 나라 국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가는 획기적인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 국민간의 민간교류는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있어 지난해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 등 불미스러운‘정치적 사건’이 초래한 충격도 성숙하게 흡수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교류행사 준비상황을 챙기고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일본에 소개하는 데중점을 두는 한편 영화, 대중가요 등 우리 문화산업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행사별로 특정 계층을 겨냥하고,거기에 적합한 내용을 보여주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요.”
올해 펼쳐지는 행사 가운데 그가 특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한ㆍ일 궁중음악 교류연주회’(5월 8~9일ㆍ도쿄국립국장)와 한국 전통창극 ‘현해탄에 핀 매화’(6월 21~23일ㆍ도쿄 예술극장) 공연이다. “양국의 대규모 공연단이 함께 무대에 올리는 두 작품은일본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2년 6개월째 문화원장 직무를 수행해 온 그는 “최근 들어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시선이 매우 따뜻해지고있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국어 학습 붐과 한국 음식,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에서 일본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원장은 “지난해에 일본의 우익이 만든 역사교과서 채택률이 매우 낮았던 것도 양국간의 우호친선관계를 유지하려는 일본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특히 “2002년 월드컵과 국민교류의 해는 양국 교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며 성공한다면 앞으로 모든 분야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주일 한국문화원은 ‘국민교류의 해’ 행사 외에 평소 양국간 문화ㆍ체육ㆍ청소년ㆍ관광교류의 창구역을 담당하고 있지만 직원이 원장과 문화관 단 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때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일이 많지만 문화교류는 양국 관계에초석을 놓는 중요한 작업인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한 일본공보문화원장 오시마 에이이치
오시마 에이이치 주한 일본공보문화원장은 ‘국민교류의 해’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국민교류의 해의 주인공은 정부가 아니라 ‘시민’이고, 미래의 기둥인 ‘젊은이’이며, 국민들의 생활의 장인 ‘지방’입니다.
또 한쪽 문화만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과 한국인이 하나가 돼 만들어낸 공동작품을 보여주는 것을 지향한다는 뜻에서 ‘공동’을, 양국 국민이 단순히 보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참가’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오시마 원장은 특히 젊은이들의 교류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13일 도쿄에서 열린 젊은이 대상 한ㆍ일 대중음악 콘서트에도 다녀온 그는 “21세기를 짊어질 미래 세대의 교류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할 수 있으면 한국에서 일본 대중음악 콘서트를대규모로 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일본측 문화행사가운데 ‘한ㆍ일 명보(名寶ㆍ명품과 보물) 교환 전시회’(5월 14일~7월 14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한ㆍ일 청년 범선 항해’(8월 7~29일 부산_오사카), ‘조선통신사 재현 행사’(10월~11월 서울ㆍ치바), 가면 춤 ‘신기가쿠(眞伎樂) 마스크 로드’(4월 5~6일 서울) 공연 등을 특히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지금까지 한국에 온 적이 없는 일본의 보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고, 양국 젊은이들이 범선을 타고 함께 생활하면서 우의를 나누고, 옛 조선통신사의 행적을 되짚어 보며, 잃어버린 아시아의 가면춤을 재생해 다시 함께 나눈다는 데서 의미가 큽니다.”
그는 “국민교류의 해를 계기로 양국 국민이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켰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그렇게 되면 설령 양국간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파트너십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며 일ㆍ한 관계도 한층 높은 단계로 접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올해 문화원장으로서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오시마 원장은 “이번 행사가 성공하면 훗날 올해를 평가할 때 ‘미래지향적 일ㆍ한 관계를 출발시킨 킥 오프(kick off)의 해로 자리매김될 것”이라며 “시작부터 한국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성공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부임 1년 8개 월째인 그는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일본인, 특히 젊은이와 여성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아지는 현상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의 일본 문화, 특히 문화교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부임할 때 주위에서 한국인들의 반일감정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지도모른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까지 별 일 없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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