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 매각협상에서 주주들만큼 홀대당하는 집단은 없다.채권단이야 대출금만 최대한 회수하면 그만이란 태도이고, 하이닉스 직원들도 당분간 고용이 보장된다지만 주주들은 완전 무방비 상태다.
하이닉스에서 D램 부문을 처분하면 나머지(비메모리)의 미래기업(주식)가치는 껍데기나 다름없고, 여기에 감자(減資)까지 이뤄질 경우 하이닉스주주들은 ‘쪽박’ 신세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채권단은 ‘주주대책’을 갖고 있을까. 채권은행의 한 고위인사는 이에 대해 “대책은 무슨 대책…. 하이닉스 투자자 대부분은 매매차익만 노려 뛰어든 단타거래자들인데 이들까지 채권단이 보호할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맞는 얘기다. 하루 거래량이 수 억주에 달한 하이닉스 주식은 투기향이 짙은 종목이다. 그렇다고 주권(株券)에 선악과 흑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유기간이 얼마든 주주는 주주일뿐, 선의의 투자자와 악의적 도박꾼을 구분할 수는 없다.
설령 하이닉스 주식이 ‘포커칩’과 다를 바 없다해도, 원인 제공자는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말 채권단은 하이닉스 지원결정을 내리면서 “기술ㆍ영업력을 감안할 때 회생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도 그랬고, 하이닉스측도 마찬가지였다. 내놓고 말하지 않았을뿐, ‘주식을 사도 좋다’는 메시지나 다름 없었다.
투자의 최종책임은 투자자 자신의 몫이고, 투자액에 유한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주주들은 빈털터리가 되어도 할말은 없다.
하지만 채권단이 주주들을 일말의 보호가치도 없는 ‘투전꾼’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굳이 매각을 해야하더라도 최소한의 과실은 주주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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