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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학급인원 감축보다 급한 것

입력
2002.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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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 학기가 돌아오면 되풀이되는 소동이 있다. 도시 변두리 신흥 주택지나 신도시 신설학교 공사가 끝나지 않아 뚝딱거리는 공사소음 속에 공부하는 것이 이제 정례화한 봄학기 풍경이다.자녀가 이런 학교에 배정된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예비소집에 보내지 않고, 다른 학교로의 재배정을 요구하는 소동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컴퓨터 오류로 고등학생 배정에 문제가 생긴 경기도 지역의 학교 재배정을 둘러싼 잡음까지 겹쳐 올해는 유난히 학교가 시끄럽다.

무리한 교실증축 공사장화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라했던가. 기존학교에도 공사판이 벌어져 소음이 언제 끝날지 아득하기만 하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학급 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시가 추상같기 때문이다.

지난 해부터 고등학교에 불어 닥친 교사 증축 바람이 올해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번져가게 된다.

제한된 면적을 최대한 활용해 교사를 배치한 학교설계에 새 건물이 들어설 여유가 없기는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다.

새 교실 지을 땅이 없어 운동장 귀퉁이나 테니스장 농구장 등에 교실을 짓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실험실 컴퓨터실 시청각실 같은 특별교실의 일반교실 전용으로 때우려는 학교도 있고, 그럴 형편도 못 되는 학교들은 기존건물 위에 한 두 층을 증축하고 있다.

안전에 문제는 없는지, 학생들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한다.

그나마 충분한 시간여유를 갖지못하고 새 학기부터 무조건 한 학급을 35명으로 편성하라는 독촉에 쫓기고 있다.

무리한 겨울공사를 강행하느라고 날림공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준공이 되어도 학교는 기형이 되고 만다. 이렇게 지어지고 있거나 공사가 예정된 초ㆍ중ㆍ고교 교실이 전국에 1만 6,256개나 된다.

학급 인원 감축은 우리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은 학교 신설에 의한 배정인원 감축으로 해결할 일이지, 기존 학교 시설을 늘리는 것은 문제다.

식구가 늘었다고 거실에 방을 들이는 우(愚)와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군사작전처럼 서두르지 않아도 이 문제는 출산인구 감소 때문에 자연히 해결되게 되어 있다.

교육인적지원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교 학생수는 2000년 76만 4천여 명을 피크로, 급속한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67만 6천여 명, 2003년부터는 한동안 60만 명 대에 머물게 된다.

몇 년 안에 기존시설까지 남아돌게 되면 그 때 가서는 쾌적한 학교환경을 내세워 철거할 것인가.

남아도는 교사는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학급수가 늘면 교사도 그만큼 늘게 마련인데, 한번 채용한 교사를 강제로 내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부작용을 의식한 탓인지, 일선 교육청에서는 추가 수요인력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도록지도하고 있다.

이런 교사를 담임으로 배정 받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어떨지 미리 걱정이다. 교사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정교사에 비해 기간제 교사의 열정과 실력이 달린다고 보는 것이 요즘 학부모들이다.

실험실 확충등 내실 기해야

35명 학급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결단은 높이 평가해 마땅하다. 어떤 정권도 말로만 교육여건 개선을 외쳤지 가시적인 조치를 취한 일이 없다.

그 많은 예산을 교육부문에 할애한 것은 획기적인 결단임에는 분명하지만, 보다 합리적인 쓰임새를 위해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가령 실험실습 시설이나 외국어 교육을 위한 시청각시설 보강, 냉난방이나 급식ㆍ급수시설 확충 같은 데 쓰면 눈에 띄지는 않아도 내실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무리한 교실 증축공사는 이쯤에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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