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태라는 이가 쓴 ‘어른 되기의 어려움’(생각의나무 발행)을 읽으며 설 연휴를 보냈다. 표지에는 이 책이 ‘삶과 책에서 길어 올린한 평범한 생활인의 성찰과 성장의 기록들’이라고 적혀 있었다.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이수태씨는 논어에 관한 책을 두 권 냈고 음악에 관한 글을 몇 편 썼다고 한다. 책을 읽어 보니 저자는 공무원 생활을 한 듯하다. 글쓰기가 저자의 생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으며 기자는 직업적 서평자로서 이수태씨의 글을 처음 대하는 것이 몹시 부끄러웠다. 표지의 설명대로 저자가 평범한 생활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글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짤막한 글들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진지하고 관통력 높은 에세이들, 몽테뉴가 겸손하게도 자기 주저(主著)의 제목을 ‘시도’라는 뜻의 ‘에세이들’이라고 붙이고 짐짓 “내가 무엇을 아는가?”라고 물었을 때의 그 에세이들이었다.
생각의 깊이는 거기 걸맞은 품격의 단아한 문체에 실려 더러 잠언적 울림까지 동반하고 있었다.
저자가 “사람은 선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가운데 위선의 위험도 안게 된다.
그래서 위선에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 가운데 솔직함도 적극적 의미를 가지고 창조적 계기가 되는것이다. 선을 추구하는 힘이 없으면 위선에 떨어질 위험도 없고 따라서 솔직함도 본래의 입지를 잃는다”며 젊은 세대의 ‘솔직함’의 표피성을 지적할때, “통일을 하자는 것은 좋은 의미에서 서로 눈치를 보고 서로 간섭을 하자는 것이다. 눈치도 보지 말고 간섭도 받지 않으려면 통일을 하지 않으면된다. 남북간에 발생하는 눈치와 간섭을 둘러싸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분단을 지향하지 않고 통일을 지향하는 한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서로 눈치를 볼 정도로까지 진전되었다는 데 대해 감회를 표할 때, 기자는 볼펜을 꺼내 그 부분에 밑줄을 긋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낸 출판사는 지난해에 이른바 ‘사재기’로 출판계에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윤리적으로 비판 받아 마땅한 출판사에서 나온 좋은 책을 대할 때, 기자의 마음은 어지럽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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