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의 매각협상이 채권단의 매각대금 거부 움직임과 독자생존론 등에 휘말려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마이크론이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인수대금으로 제시한 40억 달러는 양해각서(MOU)에 담을 핵심사항인데다 추가 협상여지가 없는 ‘상한 가격(headline price)’이어서 채권단이 인수금액을 올리려 할 경우 ‘딜’ 자체가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하이닉스 이사회가 채권단 지원을 전제로 한 독자생존 방안을 본격 거론하는 등 매각협상이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40억 달러, 턱없이 부족하다
원만한 채권 배분과 비메모리 잔존법인(하이닉스)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론이 제시한 인수대금 40억 달러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하이닉스 채권 금융기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추가적인 부채탕감을 감수해 가며‘빚잔치’를 하더라도 40억 달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특히 40억 달러 중 10억 달러는 하이닉스 미국 유진공장의 외국은행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제로 국내 채권단이 쥐게 될 대금은 30억 달러 선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비메모리 잔존법인에 대한 지분투자분(2억~3억 달러)▦소액주주 매수청구 대금(최소 10억 달러)으로 일부가 빠져나가면 20억 달러 안팎으로 쪼그라든다.
반면 국내 채권금융기관들이 하이닉스에 빌려준 돈은 약 8조원(62억 달러).
3조원의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5조원(38억 달러)은 받아야 하는데 18억 달러 정도가 모자란다는 계산이다.
매각대금이 적은 것도 불만이지만 이를 담보여신→신규자금지원분→무담보여신 순으로 분배하는 과정에서 제2금융권 등 후순위 채권기관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것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하지만 마이크론과의 협상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온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는 ‘40억 달러’는 마이크론의 ‘최후통첩’ 성격이 짙은 상한가격이라는 점을 들어,추가적인 가격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무게 실리는 독자생존론
하이닉스 반도체는 18일 이사회를 통해 “채권단의적극적인 지원을 전제로 한 독자생존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채무 재조정과 적극적인 신규자금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긴 했지만, 협상 당사자가 공식적으로 독자생존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협상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반증이다.
독자생존론을 강하게 주장해온 신국환산자부장관은 이날 한걸음 더 나가 협상결렬에 대비한 하이닉스 정상화방안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밝혀 독자생존론에 더욱 힘을 실었다.
하지만 채권단은 아직 독자생존론이 “협상결렬사태에 대비한 비상 대안일 뿐”이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막대한 추가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채권 금융기관들을 다시 불러 모아 채무 재조정을 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며“독자생존론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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