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박성우(6)군. 예비소집일이었던 6일 학교에 다녀오고는 “유치원은 댈 것도 아니야. 학교는 엄청 커”라며 마냥 신기해 한다.게다가 친척들로부터 초등학교 입학기념으로 새 학용품도 한아름 받고 나니 기분이 매우 좋다. 다만 유치원보다 선생님이 더 무서운 게 흠이다.
그런 성우를 보는 엄마 이순옥(34ㆍ서울송파구 가락동)씨는 “드디어 내 아이도 우리 사회가 처한 이 험난한 교육현실을 몸소 겪겠구나. 잘 따라가야 할 텐데”하며 마음이 무겁다.
“요즘 부모들은 ‘내 아들이 이만큼이나 커서 엄마의 품을 떠나는구나’하는 설렘을 느끼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유아원, 유치원에 2~3년 다니는 건 기본이고, 취학 전에 영어 국어 수학 미술 등 각종 학원까지 섭렵하는 요즘 세태로서는 입학은 그저 때가 되어 치르는 통과의례쯤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3월 5일 입학식을 앞두고 있지만, 사실상 입학 준비는 오래 전부터 해 온 셈이다. 학교에의 적응을 돕는 단기적 취학 준비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학교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믿는 부모들이 어디 있나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큰 것처럼 취학아동을 둔 학부모와 초등학교 교사가 말하는 취학 준비는 좀 다르다.
▦ 요즘 아이들대부분 1학년 공부 끝내
서울 인수초등학교 교사 김경미씨는 “얼마나 읽고 쓰고 셈할 줄 아느냐보다는 학습욕구가 많은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이전보다 학습량도 많고 학습수준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1학년도 6월쯤 되면 편지를 써야 하고, 2학기에는 두자릿수와 한자릿수 덧셈을 하게 된다.
김씨는 “지나치게 앞서 배우면 학교에서는 흥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셈을 하기보다는 원리를 이해하는 정도로 지도해 주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성우군의 엄마 이씨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1학년 과정은 미리 해 놓는다”고 말한다.
입학 전에 뺄셈 덧셈은 물론이고 구구단도 끝내는 실정. 성우도 요즘 구구단 외기에 한창이다.
“요즘 학교에서는 수업이 활동 위주로 이루어져 학력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따로 집에서 시킬 수 밖에 없다.” 특히 눈으로 실력을 판단할 수있는 과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술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 때문. 또래보다 유치원에 늦게 들어간 성우가 처음에 미술, 수학에서 친구들보다 처져서, 이씨는 별도로 학원에 보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유치원 교육비가 들지 않는 만큼, 영어학습지를 하나 추가했다. “미술, 수학, 영어, 국어는 미리부터 준비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 크레파스는 12색짜리면 충분하다?
“아이들이 워낙 새 것을 좋아하다보니 학용품을 새로 장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쓰던 걸 가져오는 아이에게 일부러 칭찬을 많이 해 준다”고 교사 김씨는 말한다.
크레파스는 12색 또는 18색 정도면 충분하고, 공책은 글씨 모양을 잡기 위해 칸으로 된 게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는 “학용품 준비는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취학 전 아이들도 이미 크레파스, 연필, 공책 등을 사용하는 데 익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초보수준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글씨연습이 충분히 돼 있고 줄로 된 노트를 쓰고 있기 때문에, 칸으로 된 노트는 형식상 한권 정도면 충분하고, 크레파스도 금색, 은색까지 들어있는 48색이 보편적이다.”
크레파스의 경우도 18색짜리는 대형할인매장에도 없고, 가격도 24색상이 2,000원대인 반면 48색상은 3,000원대에 불과하다.
아이들의 선호가 분명하기 때문에 가방도 부모가 원하는 걸 강요할 수 없다. 대개 ‘탑블레이드’나 ‘디지몬’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장식돼 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책가방은 약 1만 5,000원~3만 4,000원 선이고, 보조가방은 약 1만 원 정도다.
전과류의 참고서는 일단 장만은 하지만 큰 소용은 없는 것 같다. 인터넷 등에 자료가 넘쳐나기 때문에, 전과만을 참고해 과제를 해 가면 오히려 뒤떨어질 지경이다.
▦ 등하굣길을 미리 알아두어라?
예비소집 때 학교에 가서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등교길에 아이가 한눈을 팔 만한 요소는 없는지 미리 살펴볼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통학차량이 있던 유치원과는 달리 학교는 걸어서 다녀야 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걱정이 생긴다.
이씨는 “물론 찻길이 위험한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지만, 가장 큰 걱정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건 아닌지, 등하굣길에 후배를 괴롭히는 선배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교실청소, 급식 등 부모가 직접 ‘몸으로 때워야 하는 일’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 1, 2학년 때는 그래서 학교를 찾아갈 일도 잦다.
이씨는 “’유치원 한 달 학비 정도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부모도 있다”고 말한다.
학교를 찾아갈 때, 교사와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는 인터넷동호회나 주변의 학부모에게 귀동냥하는 편이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에 편하다.
특히 같은 학년의 학부모보다는 학년 차이가 나는 선배학부모의 이야기가 유용하다.
■초등교사가 말하는 취학준비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느 학년 담임이 되든 3월 한 달 간은 새로 맡은 학생들의 얼굴을 익히고 새 학기 수업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지내다 4월에 한숨을 돌리게 된다.
그런데 1학년 담임을 맡으면 4월에도 긴장하게 된다. 이 시기에 학부모들의 상담 요청이 심심치않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상담 내용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가 갑자기 학교 생활을 재미없어 하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학부모 입장에선 아이의 태도 변화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는 비정상이 아니다. 아이는 입학 첫 달은 새로운 생활을 따라 가랴 지루한 줄 모르고 지낸다.
그러다가 차츰 적응이 되면서 학교 생활에 대해 판단할 겨를이 생기는 것이다. 상담 요청을 해오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공부를 미리 시켰는데 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아이의 학교 적응에 이런 계량적인 지식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추고 아이가 학교 생활과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등교를 싫어하는 아이는 부모로부터 학교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전해들은 경우가 많다. 부모가 아이에게 말끝마다 “너 그러면 선생님한테 혼난다”하는 식이다.
이런 부모의 아이는 담임 선생님이 친절하게 대해줘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학교가 너무좋고 재미있는 곳이라고 과장해도 곤란하지만 겁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어머, 척척 잘 하는 것을 보니 학교에서도 친구들이랑 잘 지내겠구나”하고 칭찬해주는 게 좋다.
만약 아이에게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 적이 있는 부모라면 다가오는 입학식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입학식은 학부모들이 의외로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이에게는 입학식 날의 인상으로 학교의 첫 이미지를 형성한다.
입학식 때 조금은 호들갑스럽게 분위기를 돋워줘 입학식을 큰 일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대단하면 일을 해나가는 동안에 긴장하여 끌고 나가는 법이다.
물건을 비싼것을 사주라는 것이 아니라 말과 태도와 표정으로 축하해 주라는 것이다. 종교를 가진 집이라면 예배를 드리는 것도 방법이다.
취학 전에 공부를 많이 해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는 집에서 숙제 말고는 공부를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가 실력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재미를 붙이게 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친구를 사귀어 이야기하며 학교에 오가고 놀다보면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재미있어 할 것이다.
/ 주순중 서울 초당초등학교 교사ㆍ‘첫 아이 학교 보내기’ 지은이
■어떤 옷 입힐까 / '공주 왕자 패션'보단 실용성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면 옷 한두 벌 사주고 싶은 것이 학부모 마음이다. 2, 3월에는 아동복의 매출이 30%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옷을 살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초보 학부모들이 저지르기 쉬운 가장 큰 실수는 내 아이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에 ‘공주 왕자 패션’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패션은 입학식 날 외에는 딱히 입을 일도 없는데다 학교에서도 놀림감이 될 수 있다. 또 정장은 몸에 꼭 맞아 활동하기 불편하므로 아이들도 입기 싫어한다. 그러므로 지나친 정장류보다는 요즘 유행을 고려하되 입기 편한 실용적인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다.
올 봄 취학 연령대의 아이들을 겨냥한 유행은 영국풍 세미 정장과 데님. 미키 클럽 민서영 디자인 실장은 “여자 어린이라면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 모 혼방 소재의 원피스와 구김이 가지 않는 티셔츠 원단의 블라우스가, 남자 아이라면 재킷과 코트를 결합한 외투에 밝은 컬러의 스웨터를 권할 만하다”고 말한다.
좀 더 실용적인 것을 선호한다면 캐주얼 풍이 좋다. 휠라 키즈 구소연 디자인 실장은 “남자 아이는 오래앉아 있기 편한 데님 바지에 스웨터와 점퍼가, 여자 아이는 스커트 또는 짧은 바지에 스타킹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눈에 띈다.”
데님 아이템은 입체 재단과 큰 포켓, 다양한 워싱 기법을 이용해 액센트를 주는 것이 최신 경향. 색상은 조숙해 보이는 파스텔 톤보다는 밝은 원색 계통이 유행이다.
단, 외투의 경우는 때가 타지 않도록 어두운 색으로 하되 밝은 색 무늬가 들어간 것이 좋다.
옷을 구입할 때는 비싼 옷 한 벌보다는 약간 저렴한 것으로 여러 벌을 갖춰 때마다 코디해 입히는 것이 좋다.
특히 3월은 아직 날씨가 쌀쌀하므로 입학식 등 야외 행사와 교실 수업을 고려해 입고 벗기 편한 아이템을 택할 필요가 있다.
티셔츠는 교실에서 재킷이나 점퍼 없이 입을 수 있도록 약간 도톰한 것이 좋다. 사이즈는 한두 치수 큰 것으로 하는 것이 실용적.
너무 헐렁해 보이는 것을 피하려면 요즘 유행하는, 소매나 바지 끝 단을 다른 소재로 처리해 접어 입힐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나 옷과 벨트를 한 벌로 한 디자인 등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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