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스캔들의 불똥이 실리콘 밸리에도 번지고 있다. 거품이 꺼진 ‘닷컴 기업’에 대한 회계 감사가 강화되면서 주식 내부거래, 매출 부풀리기, 처리자산 불성실 신고 등 고속 성장에 가려졌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컴퓨터 그래팩 반도체 메이커인 엔비디아는 15일 주식 내부거래 혐의가 나타나 자체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공시, 주가가 폭락했다. 회사측은 14일 “미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적에 따라 일부 비용 지출과 지분 이동에 의혹이 있다는 판단에 도달해 내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크리티컬 패스도 혼쭐나고 있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태처 사장은 매출 실적을 부풀렸다고 실토, 5년 징역형에 처해지고 벌금도 25만 달러가 부과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다른 닷컴 기업들도 SEC가 조사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인터넷 버블’이란책을 쓴 마이클 퍼킨스는 “거품이 걷히면서 닷컴 기업들이 또 다른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IBM은 뉴욕타임스가 15일 작년 4ㆍ4분기의 자산매각 가운데3억 달러분이 누락됐다고 보고한 후 주가가 폭락했다. 거대 통신기업인 월드콤 역시 일부 세일즈맨들이 실적을 부풀렸다는 보도가 나와 난감하다. 퀘스트 커뮤니케이션도 회계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투자자들의 주식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
엔론 스캔들의 여파를 미리 차단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애플은 17일 경영감사위원회가 재무 외적인 컨설팅을하지 못하도록 선을 그어 감사를 명분으로 입수한 내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를 없앴다.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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