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130㎞ 떨어진 콤시. 시아파의 요람이자 총본산인 이 곳은 현재 이란 전체 율법학교의 60%가 몰려있어 성직자를 배출하는 최대 산실이다. 8대 이맘인 레자의 여동생인 마수메를 기리는 시아파의 성지이며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던 콤시에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인구 80 여만 명인 이 곳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인구가 평소보다 30% 이상 늘어난다. 마수메 사원에서 철야기도를 올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순례객들이 몰려든다. 도로마다 순례객들을 싣고 온 버스들이 줄을 이었고 시장과 모스크 주변에는 터번을 두르고 턱수염을 기른 물라(성직자)와 차도르를 쓴 여성들 이바쁘게 움직였다.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율법학교는 코란과 두꺼운 책을 앞에 놓고 토론과 강의에 몰두하는 학생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과거 탈종교 개혁을 추진했던 친미 독재자 모하마드 팔레비 왕에 맨 몸으로 항거, 이슬람 혁명을 이끌었던 주인공도 바로 이곳에서 공부하던 신학생들이었다.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1901~1989)가 청년시절 공부를 하고 1960년대에는 학생들을 가르쳤던 알-호자 율법학교를 찾았다.
문화부가 정식으로 발급한 취재 허가서를 제시했지만 출입허가가 나기까지는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4층 건물에는 ‘호메이니 룸’을 비롯해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방이 있고 각 방마다 10~30 여명씩 바닥에 앉아 강의를 듣고 있다.
이 곳에서 4년째 공부하고 있다는 하산 솔레이(26)는“이슬람은 타 종교를 믿는 사람도 인정한다”며 “하지만 이슬람교에 진리가 있으며 무슬림들은 이를 통해 평화와 화해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마수메사원 입구와 주변 도로는 3~4만 명이 참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들은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들어가 장방형 분수대 주변에 설치된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로 손을 씻은 후 기도장소에 들어갔다.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땅바닥에 돗자리 하나 깔고 하룻밤을 지내려는 경건한 자세와 평온한 표정에서는 그들의 종교에 대한 열정과 깊은 신앙심을 읽을 수 있었다. 건물 중앙의 대형 기도실에는 이미 수 천명이 자리를 잡았고 바깥쪽 공간에도 금새 인파가 불어났다.
한 중년남성은 테헤란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며 밤새워 기도하고 아침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원주변에서 살거나 자식들이 율법학교에 들어가는 것, 또 죽어서는 근처에 묻히는 것을 최고의 소원이라고 한다.
또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가끔씩 기도회에 참석한다는 바르조네 자비푸(34ㆍ여)씨는 “콤시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신앙을 확인하고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동일체 의식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아와 수니의 차이에 대해서도 “모두 무슬림으로 형제와 자매로 생각한다”며 “중요한것은 코란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콤시무피디대의 무함마드 타키(50) 교수는 “시민들은 이슬람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도 자신들이 이슬람교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도 강하다”면서 “서구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젊은이들의 종교의식이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걱정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수니 '마호메트 언행 절대신봉',시아 '이맘 추앙…지하드인정'
예언자 마호메트 사후 수니파는 슈라(최초의 의회제도)를 통해 제 1~4대 칼리파를 뽑아 이슬람 공동체를 운영했다. 시아파는 마호메트의 사촌이며 사위로 4대 칼리파인 알리만을 정당한 후계자로 보고 뒤를 이은 직계 후손 11명을 이맘으로 부르며 추앙하고 있다.
수니라는 용어도 코란과 함께 마호메트의 순나(말과 행동, 관행)를 따르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시아는 ‘알리와 그 후손들을 따르는 사람들(시아트 알리)’을 말한다.
때문에 수니파는 코란을 영원하다고 보고 그 해석에 충실한 반면 시아파는 이맘을 마호메트에 버금가는 완전무결한 존재로 보고 그들의 코란해석을 신봉하고 있다. 이란에서 종교 지도자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절대적인 정치 권력을 행사하게 된 것도 이맘에 대한 독특한 인식과 제도에서 비롯된다.
또시아는 유일신 고백, 예배, 헌금, 라마단 중 금식, 성지순례 등 수니파의 5개 기둥 외에 지하드(성전)와 선행을 추가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 영토, 신념, 기구를 보호하기 위해 성전에 나설 수 있다고 한 지하드 개념은 시아파가 과격하다는 인상을 심었다.
하지만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란(90%) 이라크(52%) 바레인(75%)에서 타 종교에 대해 관용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시아파 이슬람을 국교로 인정한 유일한 나라인 이란에서도 시아와 수니간에 차별이 없고 기독교 유대교 조로아스터교 까지도 법적으로 인정, 예배 활동을 보장해주며 타종교 단체에 대해서도 세금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이라크와 바레인은 시아파가 다수임에도 집권층은 모두 수니파 출신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1979년 이란 혁명에 자극받은 이라크의 시아파는 봉기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곧 진압됐고 이란과의 전쟁 때는 중립을 유지했다.
■알-호자 율법학교 테헤라니 교수
알-호자 율법학교에서 법과 철학을 가르치는 마흐디 하다비 테헤라니(41) 교수는 “콤시가 시아파 이슬람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이며 이슬람 혁명을 탄생시킨 모태”라고 말했다.
그는 호메이니를 비롯해 현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63)과 모하마드 하타미(60)대통령 등 대부분의 성직자들이 이곳에서 신학을 배우고 활동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현재 콤시에는 율법학교만 100 여곳 에서 약 4 만여 명의 학생과 4,000 여명의 선생이 있으며 외국인 율법학교에도 91개국에서 온 학생 5,000 여명이 공부하고 있다”며 “이들은 졸업 후 정계, 교육계, 군부 등 사회 요직으로 진출한다”고 말했다.
그는“서구에서는 일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무슬림의 모습을 보며 두려움을 갖고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시아파가 수니파에 비해 원리주의적 성격이 강해 과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이 수니파에 속하는 것을 볼 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며 “하지만 코란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한 원리주의는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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