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일본어 대사로 논란 점화최초의 한일 합작드라마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던 MBC 4부작 드라마 ‘프렌즈’가 예상을 뛰어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 받았지만, 일본 대중문화 방송 기준 등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16일 밤 이 드라마를 지켜 본 지명관 한일문화교류정책 자문위원장이 “ 일본 여자 주인공 등 출연진의 일본어 대사가 그대로 방송돼 자문위의 존재를 무시했다” 며 문화부에 전격적으로 사퇴서를 제출했다.
지 위원장은 “문화부나 방송위원회가 어떤 조치를 취했기에 공식개방되지 않은 지상파 TV에 일본어가 그대로 나오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00년 6월 3차 일본 대중문화개방 조치에 따라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을 제외한 스포츠, 다큐멘터리, 보도 등의 일본 방송 프로그램은 국내 지상파 TV에서 방송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한일 합작 형태의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각 방송사마다 원칙 없이 한일 합작 형태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현재 일본 니혼 방송(NTV)과 SBS가 공동으로 제작해 방송하고 있는 오락 프로그램 ‘라스트 스테이지’ 역시 출연자의 일본어 대사를 그대로 내보내고 있다.
‘프렌즈’를 계기로 MBC와 후지TV는 11월 또 다른 한일 합작 드라마를 공동제작하기로 하는 등 각 방송사에서는 한일 합작형태의 프로그램 추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MBC 김승수 드라마국장은 “한ㆍ일 합작 형태의 프로그램 방송은 국익과 여론, 문화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단순히 일본어 대사 방송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남자 주연 원빈이 일본 내에서 스타로 부상하며 한류 열풍 조짐마저 보이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좀 모호하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한일 공동제작 드라마는 일본문화 개방정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일단 ‘프렌즈’가 일으킨 논란을 계기로 한일 합작 드라마 방송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문화관광부가 이달 20일부터 7월말까지 한시적으로 한일 월드컵관련 행사에 한해 일본어 노래를 국내 TV와 라디오로 방송할 있도록 허용함에 따라 일본대중문화 추가 개방 문제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문화부는 “이번 조치는 월드컵대회 붐을 조성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취한 것이다. 이것이 일본대중문화의 전면 개방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 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양국의 연출자, 작가, 연기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프렌즈’는 일본 도쿄방송(TBS)에서 4, 5일 방송돼 각각 시청률 14.1%, 15.3%를 기록했다.
4부 마지막 장면 시청률은 21%여서 일본 미니 시리즈의 평균 시청률 12%를 뛰어 넘었다. MBC에서 방송한 ‘프렌즈’의 시청률은 15일과 16일 각각 19.9%, 15.1%였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지명관위원장 사퇴서 반려
문화관광부장관 자문기구인 한일문화교류정책 자문위원회의 지명관(한림대 일본학연구소장)위원장의 사퇴 파문은 일단 사퇴서 반려로 가라앉았다.
지 위원장은 16일 밤 ‘프렌즈’ 마지막 회를 시청한 후 팩시밀리를 통해 문화관광부에 사퇴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측은 이 일이 보도된 17일 저녁까지 몰랐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18일 “지 위원장의 사퇴의사는 일본어 대사를 무분별하게 방송한 MBC에 대한 항의 표시로 받아 들였다.
정부도 일본대중문화 개방 조치에대한 기존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뜻을 지 위원장에게 전하고 사퇴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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