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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나쁜 남자'시사회 …"김기덕은 비주류로 가는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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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나쁜 남자'시사회 …"김기덕은 비주류로 가는 천재"

입력
2002.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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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웃음,박수,술렁거림 그리고 박수.16일 (한국시간)베를린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벨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를 보며 관객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2년 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김 감의 '섬'을 보다 끔찍한 폭력에 혼절했던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이제 유럽은 김기덕이 어떤 감독이고,그의 영화세계가 어떤 것이지 알고 있었다.이미 그의 영화에 중독된 마니아든,자학적이고 위악적인 그의 세계관을 싫어하든 모두 '한국의 독특한 감독'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1,500석을 가득 메운 관객과 언론의 관심,공식 기자회견에서 쏟아내는 칭찬과 비판의 질문들이 이를 증명해 주었다.

시사회 다음날 독일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평론가들의 낮은 평가를 실으면서도 '비주류로 가는 천재'라는 제목의 큰 기사로 김기덕을 높이 평가했다.신문은 김기덕을 "영리한 사람"이라면서,국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한기(조재현)가 선화(서원)에게 매춘을 시키며 살아가는 마지막 장면을 언급했다.피와 땀과 주먹질을 보기 드믄 사랑의 형태로 파악했고,악의 주범인 한기의 고통과 사랑도 정확히 짚어냈다.타게스슈피겔은 이런 지적과 함께 "장멸설정,서술방식과 속도,리듬감각으로 볼때 김기덕은 천재 감독"이라고 칭찬했고,그 증거로 9년 동안 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현지에서 매일 발행되는 스크린지 역시 "다른 감독들이 꺼리는 것을 과감히,폭력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독특한 감독"으로 평가했다.그러면서 '나쁜남자'가 그의 영화로는 처음 국내 흥행에 성고한 점에 주목했다.기자회견에서도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질문이 나왔다.그리고 가장 큰 역할을 한 배우 조재현의 존재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한 스웨덴 기자는 "왜 종교음악을 사용했나"라고 물었고 "왜 말을 하지 않는 인물을 영화에 자주 등장시키느냐"고 구체적으로 영화에 접근하는 질문이 많았다.

그러나 아직도 가장 많은 질무은 '폭력'에 관한 것이었다."김기덕 영화를 특별히 좋아한다"는 사람들조차 "유럽인이 느끼기엔 폭력이 많다.'사랑의 기쁨'보다 '사랑의 폭력'이 '행복의 표현'인가?""왜 폭력이 사랑으로 이어지는가?""폭력이 '행복의 표현'이 아니라면서 왜 사랑의 방식으로 선택하는가.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심지어는 영화적 상황을 한국의 사회현실로 추측해 "왜 선화가 부모나 교수,경찰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나.한국에서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나"라는 조롱 섞인 질문도 나왔다.

김기덕 감독의 설명은 분명했다."한국사회는 일본의 식민지,한국전쟁,군사독재를 통해 심리적 폭력에 익숙해 있고 나 역시 그렇다.그것이 고쳐지기까지는 폭력이 생각과 의식의 표현수단이 된다.내 영화는 그 비도덕을 통해 도덕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면서 그는 많은 유럽인들이 '나쁜 남자'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를 강조했다.한국에서는 선화처럼 여자가 쉽게 창녀가 되지 않는다.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기에 비약과 생략을 했다.영화를 단순한 러브 스토리로 이해하면 위험하다.그것이 목적이었다면 만들지도 않았다.우발적인 사건을 통해 엇갈리는 것,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어울릴 수 있는 삶,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유럽 영화인들은 귀를 기울였다.적어도 김기덕이 국내에서 느끼던 '편견'과 '선·악 이분법의 난도질'은 없는듯했다.김기덕 영화가 국내에서보다 유럽영화제에서 더 잘 해석되고 평가 받는 이유였다.

베를린=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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