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메말랐던 지난해 봄. 경남ㆍ북 경계지역에서 실시됐던 국내 최초의 인공강우 실험은 온 국민의 눈을 모으기에 충분했다.1㎜가량의 미미한 비를 뿌리는 정도였지만 천재지변도 제어하는 ‘과학의 힘’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봄을 코 앞에 둔 지금. 우리의 ‘인공강우’ 실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기상연구소 인공강우팀을 찾았다.
“인공강우 연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기상청, 인천항공기상대 등에서 적임자를 차출해 팀을 구성했죠.”
서애숙 실장과 오성남 연구관을 비롯한 7명의 연구원이 참여한 태스크포스 형태의 인공강우팀은 무엇보다 인공강우가 가뭄과 상관없이 상시적으로 필요한 기술임을 강조했다.
“선진국에서는 댐 등의 저수율을 적정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저수원 근처에서 늘 인공강우를 실시합니다. 가뭄극복을 위한 깜짝 이벤트처럼 인공강우를 생각하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어요.”
타 들어간 논바닥에 일시적으로 인공강우를 뿌리면 오히려 작물에 악영향만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이 따로 팀을 구성한 것도 이런 ‘이벤트성’ 인공강우 실험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팀이 꾸려지자 일단 2008년 인공강우를 실용화한다는 중장기계획을 수립했고, 지난 해12월 동계 인공강우 실험을 시행했다.
또 실험대상 지역인 경남ㆍ북 지역 구름의 분포 및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 수 십년 간의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습기를 내포한 구름을 잘 찾아내 비씨(seed)를 뿌려서 빗물이 될 정도로 물방울이 잘 뭉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기술입니다. 구름의 성질에 따라 드라이아이스, 요오드화은, 하이그로스코픽 등 세가지 물질의 비씨를 사용하죠.”
실험할 지역의 중단기기상 예보는 물론 구름의 성질, 크기, 방향 등도 정확히 분석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이벤트’가 되기를 거부하고 소리소문 없이 동계실험까지 감행한 연구팀에게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전용비행기라도 구입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이다.
“공군비행기를 빌려 사용하다 보니, 실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정부가 인공강우를‘상시적인 수자원 확보’ 차원에서 생각해야 가능한 일이겠죠.”
글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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