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금융논리 정면 충돌하이닉스 반도체의 ‘독자생존론’이 다시 부상하면서 막바지 협상에 중대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 주가급락으로 소액주주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위원장을 역임했던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부 장관이 독자생존론을 강하게 개진(15일 본지 단독인터뷰)하고 나섬에 따라, 하이닉스 매각문제는 산업논리와 금융논리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맞고 있다.
독자생존론 자체가 ‘협상카드’성격을 갖고 있지만,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기반 붕괴
하이닉스 인수시 미국 마이크론의 D램 팹(Fab:생산라인) 분포는 ▦미국 5개 ▦유럽(이탈리아) 2개 ▦아시아(싱가포르, 한국, 일본) 9~10개가 된다.
300㎜ 웨이퍼 생산체제가본격화할 경우, 어차피 모든 팹에 투자할 수는 없는 만큼 우선 투자순위는 미국ㆍ유럽이 될 것이고 아시아에서도 신규 팹인 싱가포르 공장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결국 4~5년내에 비교적 노후한 하이닉스 팹의 상당수는 폐쇄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마이크론은 합병후 모든 팹을 자사규격에 맞는 장비로 통일시켰다”며 “마이크론으로선 당연히 미국산 장비를 채택할 것이고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결국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협상쟁점은 가격과 조건이 전부이며, 인수후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에 대한 산업적 청사진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잔존법인
생존확률 최근의 하이닉스 주가하락은 매각 후 남게 될 비메모리 부문의 장래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다.
박종섭(朴宗燮)하이닉스 사장은 “부채를 5억달러 이내로 조정하면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TSMC UMC 등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의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들이 0.13㎛급 기술을 갖고있고 중국본토에도 파운드리 팹 설립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0.18㎛급 기술도 제대로 투자하지 못한 ‘비메모리 하이닉스’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마이크론으로 넘어갈 메모리 팹은 상당수 폐쇄되고, 잔존 비메모리팹은 경쟁력을 잃어 모든 것을 놓치는 상황이 될 것이란게 매각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40억달러는 헐값?
매각을 하더라도 40억달러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신 장관은 16일 경제단체 협희회 참석후 “올해 128메가 가격이 5달러만 되면 하이닉스는 1조원이상 흑자가 난다”며 “미래가치를 감안하면 (40억달러보다) 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소액주주들 역시 “현재대로라면 하이닉스는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며 비상대책위원회 결성을 통해 조직적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현재하이닉스 문제는 채권회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20년간 공들여 키워 온 국가기간산업의 장래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최종승인권자인 채권단으로선 어떻게든 마이크론과 빅딜을 통해, 하이닉스 부실의 덫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도 금융정상화에 일차적관심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재경부 금감위)은 매각지지론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산업당국(산자부)은 독자생존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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