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양말을 몇 개씩 겹쳐 신어도 발이 무척 시립니다. 한여름에도 발이 시렵고 밤이면 통증도 심하고 상처도 잘아물지 않습니다. 15년 가까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혹시 이 때문이 아닌지요?A.
만약 자신이 애연가라면 자신의 손끝, 발끝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발가락이 차갑거나 통증이 있다면, 유난히 동상에 쉽게 걸리고 조금만 걸어도 장딴지에 쥐가 난다면 말초혈관부터 막혀 들어가 조직을 썩게 하는 버거병을 일단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버거병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입니다. 이 병은 흡연을 많이 하는 20~40대 젊은 남성에게서 주로 나타나지요.
담배를 피우면 혈액 속에 녹은 니코틴과 일산화탄소가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혈관의 산소공급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결국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말초혈관 조직은 가능을 상실하고 썩어 들어가게 되지요.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팔다리를 잘라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때로 버거병은 다른 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주로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자와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당뇨병 환자들에게서 나타납니다. 이런환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버거병은 가장 끝에 있는 모세혈관부터 막혀 들어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게 아주 중요하지요.
병 초기에는 약물을 통해 두꺼워진 혈관 벽을 넓히거나 혈소판을 묽게 하는 약물을 사용하지요.
교감신경을 절제해 혈류량을 늘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썩어 들어가는 괴사가 일어났다면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절제수술을 하는 게 좋습니다.
버거병 치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연입니다. 담배를 계속 피우는 한 치료해도 소용이 없고 애써 치료를 했다하더라도 다시 흡연을 하면 재발하기 쉽습니다.
도움말/ 김해균 영동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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