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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의대는 길고 혹독한 수련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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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의대는 길고 혹독한 수련과정

입력
2002.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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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보고 특정직집착 말아야이번 대학입시는 여러모로 논란이 많았다. 난이도 조절의 실패로 수험생들은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다는 시험을 치러야 했고, 석차 비공개의 원칙으로 지원 대학과 학과 선택에 많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의 미등록 사태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원인 중에 하나가 의과대학의 편중지원이란 의견이 있다.

의대의 인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의대에 보내고 싶어하는데,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존경을 함께 누릴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사회가 불안정함에 따라 일찌감치 확실한 진로를 정해 놓아야 안심이 되는 심리도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직업이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을 보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과 적성이 가장 많이 고려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실제로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아직 자신의 직업관이나 흥미, 가치관을 충분히 생각해 볼 겨를 없이 공부만 강요당하는 고등학교 시절에 일찌감치 자신의 장래 직업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실제로 의대에 들어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으로 방황이나 갈등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의과대학은 자신의 개인생활을 완전한 희생해야 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또 어느직업보다도 길고 혹독한 수련과정을 겪어야 하고,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므로 그에 따르는 책임감과 스트레스도 심한 편이다.

필자의 수련의 생활에서도 며칠씩 잠을 못 자는 경우도 허다했으며, 집에는 한 달에 한두 번밖에 갈 수 없었고, 휴일이나 명절에도 환자와 같이 병원에 있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에 대한 회의가 있기도 하고 자신감을 상실하기도 했다.

이제 의대만 들어가면 장래가 보장된다는 생각은 설득력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매년 3,000여 명씩의 의대생과 전문의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경제적 안정에 대한 꿈도 밝아 보이지 않는다.

기초과학의 밑받침없이 의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음을 생각할 때, 많은 인재들이 의대로만 몰리는 것은 한국 의학계에도 그리 바람직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1만 개가 넘는 직업이 있고 매년 더욱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특정 직업에만 집착하지 말고,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을 갖고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 권준수 서울대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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