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중 사무실 나온 진씨 수사관 따돌리고 도주시켜…국가정보원 일부 직원들이 ‘진승현(陳承鉉ㆍ구속) 게이트’ 개입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검찰의 진씨 검거를 방해하는 등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도피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과 정성홍(丁聖弘) 전 경제과장이 기업에서 거액을 모금한 국정원 ‘특수사업’의 실체와 함께 도피 방조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7일 검찰과 진씨 측근 등에 따르면 진씨는 2000년 9~12월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수배 상태에 있을 무렵, 업무차 MCI코리아 사무실에 들렀다가 검찰 수사관들에게 검거될뻔 했으나 사무실에 있던 국정원 직원 2명의 도움으로 도피에 성공했다.
당시 국정원 직원들은 진씨를 체포하기 위해 사무실에 도착한 수사관들에게MCI코리아 직원인 것처럼 가장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끌었고, 이 사이 진씨가 사무실을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과 정 전 과장 외에도국정원 직원들이 진씨의 도피를 도운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으로, 이들이 김 전 차장의 사적인 지시에 따라 동원된 것인지, 아니면 국정원 조직차원에서 진씨의 도피에 관여한 것인지 여부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원 직원이 이전부터 MCI코리아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진씨의 불법적인 사업확장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비슷한 시기에 MCI코리아 전회장인 김재환(金在桓ㆍ해외도피)씨가 도피 도중, 김 전 차장이 안가로 사용하던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안가를 은신처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개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김 전 차장의 소개로 진씨 회사에 영입돼 정ㆍ관계 로비 역할을 맡았고 지난해 11월 검찰의 재수사가시작되자마자 배후세력의 도움으로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전 차장 등은 지난해12월 진씨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범인도피 혐의가 일부 드러났었다. 김 전 차장은 검찰에 출입하던 국정원 연락관으로부터 수사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고, 2000년 10월 초에는 도피 중이던 진씨의 은신처로 찾아가 진씨를 격려하고 수사상황을 알려줬다.
또 큰딸의 혼담을 이유로 대검 간부들을 방문, 진씨에대한 수사상황을 문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정원은 “김 전 차장과 정전 과장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일 뿐 국정원 조직이 개입된 일은 아니다”고 해명했었다.
김 전 차장도 재판 과정에서 “진씨를 만나 자수를 권유했을 뿐 도피를 도운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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