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 협상에서 1993년 UR협상 당시 확보한 ‘개도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고, ‘선진국 지위’에서 협상 중인것으로 밝혀졌다.이에 따라 수입농산물의 관세인하 폭이 당초 예상보다 확대되고 시기도 대폭 앞당겨지는 것은 물론, 2004년 쌀 협상에서 쌀의 관세화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WTO협상을 이끌고 있는 정의용(鄭義溶) 주 제네바 대사가최근 귀국, 이같은 내용의 중간 협상결과를 보고했다.
재경부의 WTO협상 담당부서인 도하개발아젠다(DDA) 대책반은 이날 재경부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자료에서 “정 대사는 우리나라가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협상의제에서 선진국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협상에 참여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또 농업의 비교역적 특성을 강조하는 국가가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선진국임을 감안, 정부는 이들과 공동보조를 추진중이라고 밝힌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UR협상 때 농업부문의 개도국 지위를 인정 받아 선진국(6년간 36% 감축)보다 훨씬 유리한 10년간 24%의 관세 감축 조건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로 마늘과 고추,참깨 등 고율관세 품목의 관세율이 대폭 낮아지는 등 농업 부문에서의 대폭적인 양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2004년 쌀 개방협상에서‘개도국 지위’유지를 전제로 쌀 관세화 유예를 지켜내려던 정부 전략에 차질이 빚어져 관세화로의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농산물 부분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려는 것은 농업 부문에서의 양보를 바탕으로 서비스와 투자부문에서 최대한 실리를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윤진식(尹鎭植) 재경부차관은 “우리나라가 개도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다른 회원국들의 압력이 거센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공식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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