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중국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3국 순방을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상하이 APEC 총회 참석을 계기로 계획했다가 뉴욕 테러 사태로 취소한 것을 되살린 순방이다.그러나 지난해 순방 계획이 새 대통령이 우호 관계를 확인하는 상징적인 것이었던 데 비해, 이번 순방은 대 테러 전쟁으로 쌓은 국제적 리더십 과시가 주된 목적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맥락에서 부시 대통령은 나라 안보다는 목소리를 낮추겠지만, ‘악의 축’ 발언으로 천명한 국제 질서 주도 의지를 한층 구체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테러 척결과 국가 방위, 경제 회복의 3대 국정 목표를 이룰 역량을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방주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미국의 리더십을 부각시킬 필요성을 오히려 크게 했다는 지적이다.
부시는 일본에서 대 테러전 적극 지원을 표나게 칭찬, 굳건한 동맹을 강조하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입지도 강화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주된 관심은 미국 경제 회복에 긴요한 일본 경제의 구조 조정을 촉구하는데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엔화약세 등과 관련해 어느 정도 압력을 가할지가 부시 행정부의 우방국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는 당장 한국 방문에서 드러날 부시의 자세를 미리 헤아리는데 도움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순방에 앞서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을 완화한 것은 긍정적 조짐이다.
그러나 한껏 높였던 발언 수위를 낮춘 것을 곧장 미국의 이익을 양보할 태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는 별개로 전투기 구매 등 두 나라 안보 및 경제 현안에어떤 자세를 보일지를 주목한다.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 긴장을 높인 것이 오직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비판을 누르기 위해서도, 우리의 국익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 것이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질서 안정과 평화를 주도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과시하는 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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