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많은 이들의 새해 결심 1순위였던 금연.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우리나라 흡연 인구 1,250만 명 중 매년 10%가 금연을 시도하지만, 실제 금연에 성공하는 그룹은 한 해에 기껏해야 1%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한국금연운동협의회 학술부장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올해 초 그 어느 때보다도 금연 열풍이 뜨거웠던 점을 감안해 최대 3~4%가 금연에 성공했다고 보더라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담배의 특별한 맛을 잊지 못해 금연에 실패하게 된다”고 말한다.
매년 1월이면 담배 소비량이 감소하지만 4월이면 정상을 회복한다는 통계는 이를 반증한다. 연초 금연을 시도했던 사람 중, 이미 상당수가 다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담배끊기는 왜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흔히 금연은 의지와의 싸움이라고 말하지만 그 이상의 많은 것이 필요하다. 금연에 실패한 많은 사람들은 준비 없이 하루아침에 금연을 시도한 경우가 많다.
금연 이후에 일어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담배를 끊을 경우, 금단 증상으로 인한 감정적 고통은 감당하기 버거운 것일 수 밖에 없다.
손가락, 발가락이 떨리거나 따끔거리고, 땀이 나고, 구역질이 일어나며, 두통과 감기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폐의 '청소'가 시작되면서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는 등 여러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긴장감, 담배에 대한 강렬한 욕구 같은 감정적 문제 역시 견디기 어려운 수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외국의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흡연자, 헤비스모커, 깊이 들이마시는 습관,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 온 경우에 특히 금연 실패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40개비 이상 피우는 헤비스모커의 경우, 어린이가 된 듯한 느낌, 불면증, 정신적 혼미, 짜증, 분노, 마비상태등 심각한 금단증세를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이 왜 특별히 금연하기 어려운지는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연구자들은 여성의 폐 크기가 남성보다 작아 천식 등 금단 증세도 훨씬 심각하게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흡연을 정당화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한다는 믿음이다. 실제로 흡연(하루 평균 1갑)은 하루 200㎈ 정도 소모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의 경우 흡연은 에너지 소비량을 휴식시 3.6%, 운동시 6.3% 더 증가시킨다. 금연 후 몸의 신진대사 과정이 느려지면서, 음식은 체내에 훨씬 효과적으로 소화된다.
에너지 요구량이 높아지면서 인슐린 수치도 올라간다. 또 입과손이 심심해지면서 군것질도 더 늘어난다.
그러나 금연자를 장기간 추적한 외국 보고에 따르면 금연 후 1~2년 동안엔 거의 모든 사람이 체중이 불고, 특히 2~4년 후엔 피크를 이루지만, 그 이후론 다시 비흡연가의 체중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고 한다.
금연이 살찌게 하는 특별한 이유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혼자 힘으로 금연해보겠다고 애쓰는 것도 금연 실패 확률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선하 교수는 “금연 시도자끼리 서로서로 금연 의지를 격려할 지지그룹을 만들라”면서 “주치의를 두거나, 가족, 혹은 회사 동료에게 ‘나를 지켜봐 달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이 금연성공의 좋은 비결”이라고 권했다.
니코틴 껌, 니코틴 패치, 금연초 등 다양한 금연 보조제품을 이용하는 것 역시 의지력을 키우도록 돕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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