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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정상 도라산역 방문의미…'분단의 현장'서 화해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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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정상 도라산역 방문의미…'분단의 현장'서 화해 손짓

입력
2002.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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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0일 경의선의 남측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을 방문, 연설하는 것은 복합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우선 도라산역 자체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 크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비유했듯이 ‘이루어지지 못한 남북화해의 희망(Unfulfilled hope)’이자, 분단과 냉전의 생생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적 장소를 양국 정상,특히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비판했던 부시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사실은 한미 정상회담의 중앙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시 대통령과 미 공화당 행정부가 우리의 대북전략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부시 행정부가 햇볕정책에 다소의 이견을 갖고 있더라도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전쟁이 아닌 대화로 설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 후, 특히 연두교서발표 이후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제기된 한미간 불협화음이 해소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우리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또 하나의 메시지는 북한에게 6ㆍ15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화해협력, 신뢰구축등의 약속들을 이행하고 이를 위한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도라산역 연설에서 경의선 연결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대화 자세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촉구는 강압적 뉘앙스가 아닌 설득의 기조를 띨 전망이다.

도라산역 방문과 연설이 대북응징이나 긴장고조가 아닌 남북, 북미 대화의 분위기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도라산역 방문과 ‘악의 축’발언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우리 정부나 미국 관계자들은 이를 ‘두 궤도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이 “세계평화를 구축하는 데 북한이 위험한 존재”라는 세계전략 차원의 인식을 확고히 갖고 있지만, 북한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쟁이 아닌 대화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도라산역 행사에 이산가족 실향민 등 2, 3백명이 참여하고 양국 정상이 군사시설인 근처의 도라산 전망대를 들르지 않는 것도 평화와 화해, 그리고 대화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미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도라산역

경기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 도라산역(都羅山驛)은 경의선 남측구간 최북단 역. 민통선 이북에 위치한 이 역은 남방한계선으로부터 700m 떨어져 있다.

이 역은 당초 DMZ(비무장지대)에 복원키로 했던 장단역이 취소되면서 남쪽의문산역과 북쪽의 봉동역 사이에 신설됐기에 한반도 분단과 남북 화해협력을 동시에 상징한다. 12일 설에는 처음으로 실향민을 태운 망배열차가 운행됐다.

역 명칭의 유래인 도라산은신라 1,000년 사직을 고려 왕건에게 바치고, 왕건의 딸인 낙랑공주와 결혼한 경순왕의 한(恨)이 서려있는 곳.

낙랑공주는 마음이 우울했던 경순왕을 위로코자 이 산에 암자를 지었고, 경순왕은 아침저녁 산마루에 올라 신라의 도읍(경주)을 그리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도라산이라고 불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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