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탈북 설명때 대사외우듯 회견 '미스터리'탈북자 유태준(劉泰俊ㆍ34)씨의 영화 같은 북한 재탈출극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그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전방위로 증폭되고 있다.
특히 유씨의 재탈북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간 하루 뒤에야 공안당국이 해명자료를 내는 등 새로운 의문이꼬리를 물어 유씨가 사전 각본에 따라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새로운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유씨가 13일 기자회견에서 탈북과정을 과장되게 말한 것은 일부 월간지 등에서 단독 인터뷰 등을 할 경우 돈을 주겠다고 제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유태준 미스터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거짓말방조 의혹
국가정보원은 유씨의 재탈북 미스터리가 보도된 14일 밤 10시께 유씨의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자료를 각 언론사에 보냈다.
이는 유씨의 영화 같은 재탈북이 보도된 지 24시간이 지난 시점으로 국정원 등 관계기관이 유씨의 거짓말을 사실상 방치, 묵인한 셈이다.
특히 기자회견 당시 국정원, 경찰 등 대공관계자는 전혀 없었던 것은 물론, 유씨는 눈물을 흘리는 과잉동작을 보이고 마치 대사를 외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 때문에 그에게 모종의 임무가 주어졌거나, 또는 모 월간지와의 ‘사전 입맞춤’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대공 혐의점이 없고 일반인과 같은 신분이기 때문에 밀착보호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중국내 방치 의문
국정원은 유씨가 재탈북후 중국공안에 체포된 뒤 유씨의 송환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한국공관에 넘겨진 뒤에도 유씨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고 밝혔다.
유씨 역시 한국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도 유씨를 데려가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데도 국정원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북한행 진짜 이유는
유씨는 국정원 등 합동신문조 조사에서 북한 국가보위부에 체포될 당시에도 아내를 만나기 위해 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여행경비의 자금출처가 명확치 않을뿐더러 한국을 떠날 당시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도 않아 북한행의 이유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유씨는 특히 한국에서 동거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아내를 데리러 갔다’는 진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산가족 정보를 얻기 위해 북한에 잠입한 것이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양정사업소 탈출
공안당국에 따르면 유씨는 2000년10월 조국반역죄등으로 32년형을 받고 청진 25호 교화소로 이송된 뒤 다음해 5월 석방지시를 받고 도정공장인 양정사업소로 옮겨져 그해 11월감시소홀을 틈타 도보로 탈출한 것으로 돼 있다.
정미소격인 양정사업소는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도 선호도 매우 높은 직장이다.
탈북자 유씨에게 이런 특혜가 주어졌는지도 의문이며, 보위부가탈북 경력이 있는 유씨가 다시 탈북하도록 소홀히 관리했겠느냐는 점도 미심쩍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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