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기를 끝낸 알렉세이 야구딘(21ㆍ러시아)은 관중에게 손을 흔든 뒤 곧바로 무릎을 꿇고 빙판에 입을 맞추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야구딘의 얼굴에는 눈물이 비쳤다. 9명의 심판중 4명이 6.0 만점을 준 것. 피겨스케이팅의 역사가 새로 쓰여지는 순간이었다.야구딘은 15일(한국시간)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솔트레이크 아이스센터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에서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6.0 만점을 4개나 획득하며 우승했다. 그는 4년 전 나가노올림픽에서 열병 때문에 금메달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던지 1위가 확정되자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4차례 각종 세계선수권을 휩쓴 야구딘은 지난해 또다시 부상으로 팀 동료이자 강력한 라이벌인 에브게니 플루첸코(20)에게 1인자 자리를 내주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피나는 연습을 해온 야구딘은 “지난 시즌은 정말 지옥과도 같은 시간들이었지만 의지 하나로 이겨냈다. 선배들이 세운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 3연패의 전통을 이어가게 돼 기쁘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은메달은 플루첸코에게 돌아갔고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연기를 펼친 티모시 괴벨(미국)이 3위에 올랐다.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서는 르 메이 돈(32ㆍ캐나다)이 1, 2차 합계 1분14초75로 우승, 대회2연패에 성공했다. 지난 해 12월 세계신기록(37초22)을 세운 돈은 최근까지 19차례의 레이스에서 단 한번 패했으며 올 시즌 무패를 기록해왔다. 올림픽 여자 500m에서 2연속 금메달은 브니 블레어(88~94년 3연패)에 이어 두번째이다.
또 여자알파인 복합에선 야니카 코스텔리치(크로아티아)가 합계 2분43초28로우승, 조국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코스텔리치의 오빠 이비카도 남자회전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어 '남매 금메달리스트'의 탄생도 기대되고 있다.
한편 남자 크로스컨트리 20km 추발에서는 노르웨이의 토마스 알스고르와프로데 에스틸이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공동 은메달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이들은 49분48초9로 동시 골인했으며 0.001초의 차이까지가리는 사진판독 결과에서도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우승은 독일에서 귀화한 스페인의 스키영웅 호안 무에레그(49분20초4)가 차지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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