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자랑할 일이 아닌데요. 어려운 이웃을 보고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해마다 연말이면 점퍼 차림으로 이웃돕기 창구에 나타나 200만원 안팎의 성금을 내놓는 박병준(朴炳準ㆍ36)씨.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성수ㆍ金成洙)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펼친 ‘희망 2002 이웃돕기 캠페인’ 행사기간 때도 어김없이 나타나 250만원을 쾌척,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성금은 서울 녹번동 은평골프장에서 골프 강사로 일하는 박씨가 적금을 들어 마련한 것. 레슨비로 1인당 월13만원을 받으면 1만원씩을 떼어 부은 것이다.
박씨가 이웃돕기에 나선 것은 전남 해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한 1985년부터.
지금 일하는 골프장에 연습생 겸 직원으로 취직한 박씨는 골프공 줍기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당시 골프장사장은 매달 한번씩 동네 노인정에 막걸리와 고기를 보냈는데 그 심부름을 박씨에게 맡겼다. “좋은 일 하는 사장님을지켜보면서 저도 꼭 남을 도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연말이면 언론사에 이웃돕기 성금을 냈으며 98년부터는 공동모금회에 성금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공동모금회에 낸 성금만 1,170만원. 은평구 역촌동 17평짜리 조그만 아파트에서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그는 “남을 돕는데 필요한 것은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 같다”며 “앞으로도 성금을 계속 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번 캠페인에 모인 이웃돕기 성금액은 627억원으로 목표액(426억원)을훌쩍 뛰어넘은 사상 최고액이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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